[조진구 박사의 글로벌 時事 펀치]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살지 않으려면

입력 : 2016-09-05 15:04:09 수정 : 2016-09-05 15: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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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이나 조약상의 제약이 없다고 가정해도 현재 국내에 있는 핵관련 시설이나 핵연료 등을 사용해서 1-2년 이내에 핵무기를 국산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형 탄두의 시제품을 만들 때까지 최저 3~5년, 2~3천억 엔의 예산과 수백 명의 기술자 동원이 필요하다. 핵실험을 하지 않고 개발하면 기간과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일본 정부가 비밀리에 작성했던 2006년 9월 20일자 `핵무기의 국산 가능성에 대해서'란 내부조사 자료가 내린 결론이다. 이로부터 약 3주 후인 10월 9일 북한은 첫 번째 핵실험을 했다.

일본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로 핵무장 가능성을 연구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라늄 농축공장이나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시설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기술상의 제약 때문에 일본이 핵무기를 만들 수 없다는 결론은 주목할 만하다.

지리적 위치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한일 간 큰 인식 차이는 없을 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나 오피니언 리더들 가운데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는 같은 민족인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본이 북한이나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며 방위력을 증강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핵무장만이 아니라 원자력잠수함 보유 필요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 국내에서 이런 주장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핵우산에 계속 의존할 경우 대미 안보 의존은 더욱 심화되어 한국의 외교적 입지와 대북 협상력이 줄어든다면서 핵무장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의 안보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이 결단만 하면 18개월 이내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고 시뮬레이션으로 충분해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원자력 전문가도 있다.

반면, 일본 방위대학교의 다케다 야스히로 교수와 무토 이사오 교수는 일본이 핵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하며, 그 결과 원자력발전은 불가능해지며 외교적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나아가 두 교수는 비핵국가 가운데 예외적으로 일본이 인정받고 있는 핵물질의 농축과 재처리도 불가능해져 플루토늄을 제조할 수 있는 핵연료 사이클도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들은 일본의 핵무장이 오히려 안보를 약화시킬 수 있으며,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미국의 핵우산을 대체하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첫째, 핵무기를 개발해서 배치할 때까지 핵보유국에 의한 소극적 안전보장을 얻을 수 없다. 소극적 안전보장이란 NPT 체제 하에서 핵보유국이 비핵보유국에 대해 핵무기의 사용 또는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만, 이것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에 지나지 않는다.

둘째, NPT 탈퇴로 인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경제제재는 일본의 경제와 식량안보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이다.

셋째, 일본이 미국의 우호국이 될 수도 있지만, 미일동맹은 해체되어 자주방위를 위해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두 교수는 주일미군에 의존했던 무기와 장비 구입에 약 4조2천억 엔, 무역 단절과 주가 하락, 국채 금리상승, 에너지 조달 비용의 상승 등 경제면에서 20~21조 엔 정도의 추가비용이 발생해 이 둘을 합친 금액에서 미일동맹 유지비용 약 1조8천억 엔을 빼면 자주방위를 위해 일본은 약 22~23조 엔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넷째, 한국과 타이완 등 동북아시아에서 군비경쟁을 초래해 일본의 안보환경은 이전보다 더 악화될 것이다.

다케다, 무토 두 교수는 일본이 핵무장할 경우 적의 공격에 취약한 지상발사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장거리 폭격기보다 생존성이 높은 원자력잠수함을 플랫폼으로 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적당하다면서 영국을 사례로 비용을 추산했다.

두 교수가 저서를 출판하기 직전인 2011년 현재 영국은 4척의 원자력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1척 당 16기의 트라이던트 Ⅱ(D5) 미사일과 48발의 핵탄두를 탑재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영국은 2006년 가격으로 145억 파운드(약 3조 엔)를 투입했으며, 2010년도 운용비용만 34억 달러(약 3천억 엔)에 이를 것이라고 두 교수는 추정했다.

북한은 네 번의 핵실험을 통한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만이 아니라 지난 8월 24일에는 SLBM의 시험발사에도 성공해 `최첨단전략타격수단'까지 갖추게 됐다.

최근 발표된 201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우리 국방비는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KAMD 구축사업에 올해보다 40% 증액된 5천331억 원이 배정되었지만, 이 사업은 10년 뒤에나 완료된다.

7월 6일 북한은 성명을 통해 "적대세력들이 북한을 위협하지 않는 한 먼저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 내 미군 핵무기 공개와 핵 기지의 철폐와 검증, 북한에 대한 핵 불사용, 주한미군의 철수 선언 등을 조건으로 한미 양국과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인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내건 조건은 이미 남북회담이나 6자회담 등을 통해 확인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우리 정부는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시간벌기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 더욱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굴복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가능성도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

위협에 대항해 군비를 증강하는 것이 안보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안보 딜레마.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각국이 하지 않는다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의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왔듯이 이제는 북한의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아갈 각오를 해야 할지 모른다.

그렇게 될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핵 경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그 끝은 우리 모두를 파멸로 몰아갈 핵 아마겟돈이다.

조진구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연구교수(도쿄대학 법학박사, 국제정치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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