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담배회사, 담뱃값 인상 앞두고 재고 쌓아 잇속 챙겨..."부당 이득 3천억"

입력 : 2016-09-22 21:53:16 수정 : 2016-09-22 21: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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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담배 업체들이 지난해 담뱃값이 인상되기 직전 담배를 빼돌려 인상 전 세율을 적용받는 방식으로 수천억원 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22일 '담뱃세 등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국계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 코리아와  BAT 코리아는 지난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 발표와 이에 따른 매점매석 고시 시행을 앞두고 재고물량을 쌓기 시작했다.
 
매점매석 고시는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동안 월별 반출량이 지난 8개월 동안 월평균 반출량의 104%를 넘지 못하도록 한 사항으로, 담배 제조사 등이 과도하게 담배 재고를 늘려 폭리를 얻지 못하도록 한 조치다.
 
◆ 필립모립스 '445만→1억6백만',  BAT코리아 '0→2천4백만' 재고 쌓아
 
그러나 담뱃값 인상 직전까지 필립모리스는 1억600만 갑, BAT코리아 경우 2천400만 갑의 재고 물량을 확보했다.

필립모리스는 2013년 말 재고량이 445만여갑 수준이었고, BAT코리아는 같은 기간 재고가 하나도 없었던 점을 감안하며 이례적인 재고물량 수치이다.

필립모리스는 매점매석 고시 이후에도 기준량을 초과해 506만5천갑을, BAT코리아는 1천769만5천갑을 반출했다.
 
이들 회사들은 담뱃값이 오르자 이 재고를 팔아치워 필립모리스는 1천700억 원,  BAT코리아는 390억 원 상당의 차익을 챙겼다.
 
◆ 전산·서류 허위 조작까지…정부 관련 부처들도 문제점 노출
 
이 과정에서 이들 회사들은 반출한 적 없는 담배를 마치 반출한 것처럼 전산과 서류를 허위 조작해 세금을 탈루했다.
 
담배는 제조업체가 생산과 동시에 미리 세금을 내고, 이 세금을 붙여 팔아서 소비자에게 돌려받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이들 외국계 담배회사는 이 점을 악용해 세금이 쌀 때 만든 담배를 빼돌려, 비싼 세금을 붙여 판 것이다.
 
정부도 이들에 대한 대응에 문제점을 노출했다.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들은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을 위한 개별소비세법 등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담뱃세 인상에 따른 차익을 국고로 귀속시킬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하지 않아 결국 7천938억원을 부과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이들 회사들이 빼돌린 세금에, 세금 축소 신고한 가산세까지 붙여 필립모리스는 약 2천300억 원, BAT코리아로부터는 550억 원을 거둬들이라고 정부에 통보했다.

한편 정부는 2015년 1월1일을 기점으로 담뱃값을 2천500원에서 4천500원으로 올렸다. 이 가운데 담뱃세 인상분은 1갑당 1천591원이다.

사진=YTN 뉴스 영상 캡처

이동훈 기자 l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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