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이 하면 인어도 그럴 듯한 캐릭터가 된다.
16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전지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마지막 인어로 몽환적 존재감을 드러냈다. 낯선 인간들에게 붙잡혀 두려운 상태에서도 특유의 고고함을 잃지 않았던 인어는 자신을 구해준 담령, 허준재(이민호)에게만 경계를 허물며 운명적인 만남을 알렸다.
또 깊고 넓은 푸른 바다를 유영하는 인어(전지현)의 유려한 자태와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몇 백 년의 시간이 흐른 동안에도 변함없는 미모는 전설 속 인어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이들의 마음을 단숨에 홀렸다.
그러나 인어에게 더 빠져들게 만들었던 것은 가녀린 체구에서 나오는 어마무시한 힘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먹성, 천진난만하게 인간세계에 적응해가는 반전 매력들이었다. 허준재(이민호)가 머무는 숙소에 몰래 들어와 음식을 먹다 발각된 인어는 그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파워 발차기를 시전,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또 티슈를 뽑거나 신호등을 따라 포즈를 취하는 등 세상 모든 것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고 따라하고 배워가는 과정들은 사랑스러우면서도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인생에 사기와 자신만이 존재했던 사기꾼 허준재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인어는 본격적인 인간세계 적응기에 돌입, 천방지축 일상을 궁금하게 했다. 전지현은 인어만이 지니는 신비함과 아름다움, 게다가 순수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인어의 면면을 꽤 잘 구현했으며 대사 한 마디 없이 눈빛과 표정만으로 현재 심정을 표현하며 시청자들과의 첫 만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전지현표 인어'가 기대되는 이유는 그가 작품마다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암살’에서는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안옥윤으로 변신해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안하무인하고 철없는 톱스타지만 내면에 외로움이 있는 천송이로 분해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또 영화 ‘도둑들’에서도 예니콜로 변신해 전무후무 날렵한 캐릭터를 완성했다.
한편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은 멸종 직전, 지구상의 마지막 인어가 도시 천재 사기꾼을 만나 육지 생활에 적응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는 드라마다. ‘푸른 바다의 전설’은 17일 오후 10시 2회가 방송된다.
홍정원 기자 m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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