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는 대한민국 재벌에 대한 '촛불 민심'을 대변했다.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대기업 총수 8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국조 특위 의원들은 재벌 총수들을 향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외쳤다. 증언대에 선 총수들도 "재벌도 이번 최순실 사태의 공범"이라고 외치는 지적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특히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특혜지원과 삼성물산·제일모집 합병과정 의혹 등으로 인해 집중 거론됐다. 의원들의 질문도 대부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해 '이재용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국조특위를 이끄는 새누리당 김성태 위원장은 본격 청문회에 앞서 "이번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잘못한 것이 있다면 국민 앞에 솔직히 사과함으로써 용서를 구하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 정경유착은 결코 없을 것이란 단호한 각오와 의지를 보여달라"고 훈계하며 포문을 열었다.
질의 시간이 시작되자 의원들은 대기업 총수들을 향한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먼저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꼭 기업을 합병하고 빅딜하는 과정에서 최순실의 딸에게 말까지 사줘야 하느냐"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은 "무거운 마음으로 여기에 나왔다"면서 "앞으로 절대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지 않도록 철저히 하겠다"고 처신했다.
'재벌 저격수'로 통하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부회장에게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를 묻는 것으로 질의를 시작했지만, 곧바로 삼성가 구조의 문제점을 매섭게 추궁해나갔다.
이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에 대한 증여·상속세 규모를 묻는 박 의원의 질문에 이 부회장은 "앞으로 좋은 기업이 되도록…"이라고 답변하려 했다. 이에 박 의원은 "동문서답하지 말라"고 지적하면서 "8조원의 재산을 만드는 동안 불법·편법·법정 시비가 있었고, 헐값매각·편법인수·편법증여를 해왔다"고 말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재벌도 공범이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대기업 총수들에게 보여주며 "국민이 외치는 '재벌도 공범'이라는 말에 동의하느냐"고 몰아세웠다. 이에 이 부회장은 "국민의 여론을 아주 준엄하게 받아들여 반성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안 의원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을 약속하느냐'고 몰아세웠고, 이에 이 부회장은 "참 경솔했던 일이 많았다"며 "앞으로는 어떤 압력이든 철저히 배제해 좋은 회사의 모습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안 의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도 '정경유착 고리를 확실히 끊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최 회장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여기 계신 증인 중에서 촛불집회에 나가본 적이 있다면 손을 들어보라"고 물었고, 이에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손을 들자 "당신은 재벌이 아니잖아요"라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대한민국이 경제대국이 된 건 대기업의 노력도 있었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자동차에서 일회용품까지 국산품을 애용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재계는) 정치권과 함께 처절히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견희 기자 kh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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