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류의 위기?… 일희일비 자제하면서 체계적으로 '한한령(限韓令)을 넘어라'

입력 : 2016-12-29 17: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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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에 맞서 주류에만 치중하지 말고 지역 채널 개발 등의 다양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김현경 한중콘텐츠연구소 소장은 29일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세미나 '한국 방송콘텐츠의 수출위기 진단과 극복방안-한한령(限韓令)을 넘어라!' 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근 중국에서는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을 제한하고, 한류 콘텐츠에 대해 빗장을 걸어 잠근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실제로 한류 콘텐츠의 중국 내 방영이 현저히 줄었고, 한류 배우를 향해 쏟아지던 중국 드라마와 영화의 캐스팅 제안도 뜸해졌다.
 
김 소장은 이날 "한류 산업에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로, 중국 시장이 한류 성장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한반도에 사드배치가 결정되면서 정책적 불투명성이라는 리스크 때문에 중국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현재 한국 콘텐츠 뿐 아니라 중국 내 자국 콘텐츠도 규제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책에 일희일비하는 경향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중국은 올해에만 크고 작은 규제 정책을 10가지 이상 발표했다. 자신들의 체제를 깨뜨리려고 하는 요소들을 미리 제거하거나 조치를 취해 쏠림이나 과열현상을 지양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중국의 국내 업계를 겨냥한 정책들이 대다수다. 중국이 한국을 겨냥한 정책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도 한류 산업에 대해 자체적으로 비즈니스 판단을 하고 있다. 한류 콘텐츠를 수입했을 때 향후 리스크를 재고 있는 것"이라며 "똑같은 한류 콘텐츠와 스타라고 하더라도 중국 내에서 얼마나 이슈가 되고 있는 지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고 강조했다.
 
향후 한한령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으려면 정부와 기업에서 구체적인 대응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김 소장은 조언했다. 그는 한한령 부작용으로 '한류 콘텐츠 불법복제 증가’ ‘불투명한 정책적 리스크 확대' '중국과 합작 시 협상력 축소' '중국 내 활동 인력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 등을 꼽았다.
 
김 소장은 "한국적인 것보다 글로벌한 콘텐츠로 승부하는 것이 좋다"며 "일방적인 한류보다 균형 잡힌 교류룰 고민해 진정한 현지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2·3선 도시, 지역채널 등 틈새를 공략하는 것이 좋다"면서 "언어나 법률·시스템 등 철저한 사전 준비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도 '한한령'에 맞서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소비 자본'으로 대표되는 '미디어 신상태(뉴 노멀)'를 언급하며 '슈퍼 플랫폼'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슈퍼 플랫폼 마련 방안에는 '글로벌 프로젝트', '하이퍼 로컬 콘텐츠', '4차 산업혁명발 소프트 유통' 등을 들었다.
 
심 교수가 제시한 '글로벌 프로젝트'는 연구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공유, 협영을 통해 양국 간 역사문화 콘텐츠를 강화시켜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퍼 로컬 콘텐츠'는 현지 개인화 전략을, '소프트 유통'은 소비 자본의 확충을 뜻한다.
 
심 교수는 민관이 힘을 합쳐 '한한령'이라는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가 제시한 민간 대응 방안은 ▲현지 수출 실태 조사 ▲K 플랫폼, 아시아 콘텐츠 뱅크 사업 강화 ▲슈퍼 플랫폼 서비스 개발 ▲정부조직 개편 시 문화산업, 방송통신, 디지털콘텐츠, 영화진흥위원회 등 연동 ▲한국 로컬콘텐츠 백서/다큐 작업해 다국어 서비스, 해외 마케팅 ▲콘텐츠 주제 국제 학술대회 교류 확대 등이다.
 
한편,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주창윤 서울여대 교수의 사회로 김현경 한중콘텐츠연구소 소장과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의 발표 등이 진행됐다. 종합토론에는 김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박상주 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 박형기 SBS 팀장, 윤재식 KOCCA 수석연구원, 이문행 수원대 교수, 정일훈 JTBC 팀장 등이 참여했다.

남유정 인턴기자 sea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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