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업 총수 중 처음으로 피의자가 됐다. 삼성은 "특검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검이 11일 오후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12일 오전 9시 30분 소환해 조사한다"고 밝혔다.
특검은 일단 이 부회장에게 뇌물 공여 등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지난해 11월13일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은 이 부회장은 이번에는 피의자로 두 번째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삼성은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한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검사 수사와 마찬가지로 특검 조사에서도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특검이 뇌물죄 입증에 자신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이 기소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또 이 부회장의 소환으로 삼성그룹의 경영 마비 상태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검찰에 공개 소환된 것은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8년만이다. 당시 삼성전자 전무였던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조사 받기 위해 소환됐다.
삼성그룹에게는 '기업 총수 검찰 조사'라는 불명예는 물론 큰 타격을 떠안게 됐다. 또 이 부회장의 기소도 부인할 수 없는 상태라 영하의 날씨만큼 그룹의 분위기는 급속 냉각된 상태다.
그러나 그룹 소식통에 따르면, 10일 특검이 '제2의 태블릿PC' 확보 발표 이후로 소환을 예상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는 상태다.
삼성은 현재 연말 정기 인사마저 보류된 상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와 달리 계열사 시무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출국 금지 조치로 5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17일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2017년 세계경제포럼에도 참석도 불투명해졌다.
현재 삼성은 박근혜 대통령의 압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지원했다며 '공갈·강요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도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제4차 국정조사 1차 청문회 자리에서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앞서 특검은 그룹 내 2인자로 불리는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부회장과 3인자 역할을 하는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차장을 소환해 19시간에 가까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박홍규 기자 4067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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