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수종이 27년만에 라디오 DJ로 컴백한다. 그동안 드라마 속 왕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가 이웃집 아저씨처럼 편안한 모습으로 청취자들을 찾아올 예정이다.
2일 KBS 라디오 개편 설명회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아트홀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최수종을 비롯해 새롭게 프로그램을 맡은 아나운서 오유경, 영어강사 레이나, 제작진이 참석했다.
최수종은 1988년부터 1990년까지 KBS 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 진행 이후 27년만에 마이크 앞에 다시 선다. 배우가 아닌 DJ로 변신한 최수종의 모습을 기대하는 팬들 외에도 그 역시 감회가 새로울터.
최수종은 상기된 표정으로 "굉장히 떨린다"고 DJ 복귀 소감을 말했다.
그는 "연기는 제작진과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할 수 있는데 라디오는 조금 다르더라.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고 청취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게 라디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진행을 한 오유경 아나운서는 "최수종씨가 사극에 많이 출연해서 근엄한 이미지가 있지만, 과거 우리가 알던 '최수종 오빠'는 유쾌하고 살가운 느낌도 가지고 있다. 그런 모습을 라디오를 통해서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최유빈 PD는 "최수종씨가 왕 역할을 많이 해서 진중하고 무겁지 않냐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까 '허당' 매력이 있다"며 "이런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면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에 최수종은 "극히 공감한다. 왕은 단지 연기일 뿐이었다. 저의 모든 것을 소통하고 나누고 싶다. 또 다른 면모를 라디오에서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1987년 KBS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데뷔한 최수종은 올해로 연기 경력 30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라디오라는 공간에서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최수종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처음 DJ를 한다고 했을때 집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기존에 워낙 쟁쟁한 분들이 계신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얼굴을 찾으려고 하는 TV에 비해 라디오는 귀에 익숙하고 친숙한 것을 찾는 경향이 있다. 낮선 저의 목소리를 새롭게 인지시키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최수종은 "연기자로서 어느 정도의 몫은 했지만, 최고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함께 일하는 분들 때문에 최고의 방송을 만들 수 있을것이라 믿는다"고 자신했다.
그는 "나는 기본적으로 웃음도 많고 눈물도 많다. 그래서 생방송 중에 가슴 아픈 사연을 읽다가 눈물이 나서 진행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는 염려가 들었다. 그 정도로 눈물이 많다"면서 "부족한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소통한다면, 청취자들의 희노애락을 함께 느끼는 시간으로 가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수종은 이번 라디오 DJ 진행을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그를 다시 라디오로 불러들이는데는 제작진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최수종은 "내가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시간 약속이다. 그런데 라디오 생방송을 하게 되면, 매일 정해진 스케줄을 소화해야한다. 나중에 작품에 들어갔을 경우, 혹시나 라디오 생방송을 마치고 오느라 촬영에 늦었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았다"며 고민을 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서 "여러 관계자분들과 상의한 끝에 제작진들과 배려, 소통이 잘 된다면 연기 활동도 충분히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KBS 라디오 김창회 PD는 "섭외 요청을 위해 최수종씨에게 전화를 하려고 보니, 번호가 없더라. 매니저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직접 연락해서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거절했는데 오히려 하지 못하는 이유를 너무 솔직하게 말해주셔서 고마웠다. 그래서 최수종씨처럼 인간 냄새 나는 DJ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며 "삼고초려끝에 승낙을 받았을때 정말 행복했다"고 만만치 않았던 섭외 과정을 이야기했다.
김 PD는 "단순히 좋은 음악은 라디오 외에도 여러가지 시스템을 통해서 접할 수 있다"면서 "결론은 사람이다. 누가 나를 위해 어떤 음악을 틀어주고 감정을 공유하면서, 위로 받고 사람 냄새를 뿜어낼 수 있는 진행자가 없을까 고민했다"고 했다.
또 "최근 대중문화 트렌드의 핵심이 복고를 다시 따라가는 경향이 있지 않냐. 예전에 느꼈던 감성을 가지고 다양한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최수종 역시 "내 나이 또래뿐만 아니라, 젊은 층도 들을 수 있도록 보이는 라디오나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며 "'매일 그대와 최수종입니다'는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야기와 삶에 집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매일 그대와 최수종입니다'는 KBS 해피FM을 통해 매일 아침 9시에 만날 수 있다. 오는 6일 첫 방송된다.
김상록 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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