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고령 판소리꾼 박송희(본명 박정자)(90) 명창이 19일 새벽 노환으로 별세했다.
박 명창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보유자로 잘 알려졌다. 1927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단가의 가락에 심취해 소리꾼의 길을 걷기 시작한 박 명창은 김소희 명창(춘향가 예능보유자)에게 춘향가와 심청가, 박봉술 명창(적벽가 예능보유자)에게 적벽가와 수궁가, 정권진 명창(심청가 예능보유자)에게는 심청가를 사사했다.
마지막으로 박록주 명창(흥보가 예능보유자)에게 흥보가를 사사하며, 현전하는 판소리 다섯 마당을 모두 섭렵했다.
박 명창은 그동안 작고 단아한 체구에서 퍼져 나오는 강직하고 우아한 소리로, 박록주 명창의 뒤를 이어 동편제의 후진 양성에 힘썼다.
또 햇님극단에 속해 오직 여성 연기자들만 무대에 설 수 있는 한국 공연예술역사에서 독특한 공연 장르인 여성국극의 맥을 이어왔다.
특히 2015년 국립국악원이 박록주 명창의 탄생 110주년을 기리는 의미로 마련한 공연 '박록주, 박송희가 전하는 숙영낭자가' 무대에 제자들과 함께 올랐고, 지난해 9월 '한국판소리 보존회'가 주최한 '유파 발표회'에서도 소리를 하는 등 아흔 살에 가까운 나이에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박 명창은 미국 하버드대학, 브라운대학, 컬럼비아대학 등의 초청을 받아 판소리를 해외에 알리기도 했다.
빈소는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특 9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전 6시30분이며, 장지는 파주 통일 동산이다.
김견희 기자 kh8000@
<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