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선·후배 감독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우리 크리에이터에게 더 넓은 기회였습니다."
20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칼튼호텔에서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열린 영화 '옥자'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은 '왜 넷플릭스와 작업하게 됐는가'에 대해 솔직한 답을 내놨다.
봉준호 감독은 신작 '옥자'와 함께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을 받으며 세계적인 화제의 중심에 섰다. 약 600억원의 제작비를 넷플릭스로부터 투자받아 완성한 '옥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최초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지난 17일(현지시간) 개막한 칸국제영화제의 시작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봉 감독은 "처음부터 한국 투자사와는 접촉을 안했다"며 "예산이 500억을 넘어가는데 전체 한국 영화 산업에서 들어가는 돈이 있는데, 이걸 한국에서 하게 되면 다른 감독들이 50~60억으로 만들 수 있는 영화 10편 정도가 멈추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설국열차'(2013) 때 다른 영화들이 홀딩돼서 기다리고 있다고 들었는데 미안하더라"면서 "그래서 '옥자'는 처음부터 국내 산업, 동료와 선·후배 감독들에게 민폐 끼치지 말고 할 수 있는 한 외국에서 투자를 받아 만들자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해당 금액의 투자를 맡아 줄 회사가 선뜻 나타나지 않은 것. 봉 감독은 "흔히 미국에서 말하는 진취적인 회사들은 '옥자' 시나리오를 좋아했다"며 "그런데 예산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250~300억원이 마지노선이라고 한 발 뺐다"고 회상했다.
대형 스튜디오의 경우에는 "시나리오에 불편한 장면이 있다"며 선뜻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봉 감독은 "대형 스튜디오는 '도살장 장면을 직접 찍을 것이냐' 혹은 '스토리에 'E.T.' 같은 아름다운 부분이 있는데 그 쪽으로 아예 가면 안되냐' 등 두 가지 입장을 나뉘더라"고 말했다.
그렇게 갈 곳을 잃고 방황하던 중 넷플릭스를 만났다. 넷플릭스는 '옥자' 제작에 필요한 예산은 물론 시나리오 역시 흔쾌히 받아들이며 봉 감독에게 최종 편집권까지 오롯이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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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옥자` 한 장면. 넥플릭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