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성, 대한민국 청춘 대변한 '슈퍼을 은폭탄'(인터뷰)

입력 : 2017-05-26 15:56:23 수정 : 2017-05-26 16: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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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속의 진주'라는 말이 있다. 여러 이유로 가려져 주목 받지 못한 인재나 작품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가 그렇다. 시청률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취준생의 비애, 직장인들의 고뇌를 현실적이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내어 공감을 자아냈다.
 
고아성(25)은 극 중 101번의 도전 끝에 대기업 하우라인의 마케팅팀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은호원을 연기했다. 그는 시원스럽게 '갑'들에게 일침을 놓으며 시청자들에게 청량감을 안겼다. 2006년 영화 '괴물'로 유명세를 떨친 후 연기와 학업을 병행했던 고아성. 때문에 회사생활을 해보지 않았던 그가 어떻게 시청자를 대변하는 '갑 같은 을'로 변신에 성공한 것인지 서울 성수동 한 카페에서 만나 드라마와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종영하고 시간이 제법 흘렀는데 어떻게 지냈나?
 
A. 해외화보 촬영도 다녀오고 종방연도 끝내고 나름 바쁜듯 안 바쁜듯 지냈다. 그런데 촬영이 끝나니까 모든 것이 생경스럽다. 유별나게 스태프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현장 생각이 많이 나서 그런 것 같다. 좋은 분위기 위해 서로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하다보니 정이 많이 들었다..
 
Q. 유쾌한 코믹 드라마였다. 그런데 고아성 개인적으로는 처음 연기해 본 캐릭터다.
 
A. 개인적으로 새로운 시도였다. 블랙 코미디가 아닌 밝은 코미디는 처음이다. 막상 이런 현장을 와보니 함께 공기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안방극장으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권해효 선배를 비롯해 모든 배우들이 전부 유쾌했다. 나중에서는 서로 애드리브를 치려고 노력했다. 감독이 애드리브를 많이 살려준 편이었는데 나중에는 우리끼리 분위기에 취하니까 제지하고 그랬다.

 
Q. 은호원의 별명이 '은폭탄'이다. 본인과 얼마나 비슷하나.
 
A. 은폭탄의 기질을 본다면 완전 반대다. 살면서 연기할 때 말고는 목소리 크게 내본 적도 없다. 그런 점은 다르긴하지만 실수를 많이 하고 사는 건 비슷하다. 그런데 이건 누구나 마친가진가?(하하)
 
Q. '슈퍼을' 계약직 회사원이다. 사실 현실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다.
 
A. 연기하다보면 상상도 못해본 역할을 할 때도 많다. 설국열차처럼 미래시대는 거의 그렇다. 그래서 이런 걸 연기할때는 가까운 사람을 보고 연기해보려 했다. 주변에 은호원 같은 인물이 없는 건 아니지만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특히 친구들이 대부분 취준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이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재미있었다', '내 이야기 같았다'처럼 공감했다는 반응이 제법 많더라.
 
Q. 극 중 러브라인이 두 종류가 나온다. '츤데레' 서우진(하석진)과 '순애보' 도기택(이동휘)이다. 본인 스타일은?
 
A. 둘 다 매력이 넘쳐서 선택하기 힘들다. 다만 하석진 선배와 러브라인 그리면서 주의한 것은 있다. 애초에 멜로가 없는 설정이었는데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이다. 그런데 예전에 한 설문조사가 생각났다. 드라마 보면서 제일 거슬리는점이 PPL, 막장전개, 어색한 CG 등이 있지만 1위가 개연성 없는 사랑이야기였다. 그래서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웠는데 하석진 선배가 잘 맞춰 줘서 고마웠다.
 
Q. 은장도(은호원, 장강호, 도기택)의 호흡 또한 일품이었다.
 
A. 촬영하면서 개인적으로도 돈독해진 느낌이다. 촬영 마지막 날 은장도가 있는 다 같이 있는 모습에서 끝나는 신이 있었다. 당시 어떤 사건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는데 굉장히 착잡한 심정이었다.
 
그래서 우리끼리 이야기한 것이 '이런 대사 말고 일상적으로 퇴근하고 헤어지는 것처럼 해보자'였다. 그러다보니 '오늘도 힘들었지만 행복했어' 같은 대사도 애드리브로 나온 것이었는데 은장도 모두 동요하게 되더라. 나중에 나는 차에서 몰래 울었다.
 
Q. 재미있는 드라마는 전부 시즌2 이야기가 나온다.
 
A. 현장에서 우리끼리도 이야기 했다. 은호원이 정규직이 된 이후 이야기를 다룬다거나, 대리가 되면? 과장이 되면? 그런 생각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시즌2 하고 싶다. 다만 모든 스태프와 함께 그대로 갔으면 좋겠다. 유난히 감사한게 많아서 더욱 그렇다.
 
특히 카메라 감독님과 가장 많이 친했다. 아무래도 최전선에서 호흡을 맞추는 스태프다보니까 그런 것 같다. 제 동선과 표정에 따라 카메라가 움직이면 함께 호흡하는 기분이 팍 든다. 그때가 연기하면서 가장 재미있을 때다.
 
Q. 안팎으로 호평은 이어졌지만 그렇다고 시청률이라는 성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A. 아무래도 아쉬운 건 있다. 현장 분위기는 시청률에 따라 좌우될때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체발광 오피스'는 그렇지 않았다. 배우는 물론이고 모든 제작진이 추구하던 바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팽팽하게 이어갔다. 시청률은 아쉽지만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했던 건 만족스럽다.
 
Q. 그러면 이번처럼 발랄한 코미디물 대본이 또 오면 할 마음이 있는지.
 
A. 좋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체발광 오피스'와 블랙코미디를 보였던 '풍문으로 들었소'의 중간 정도가 가장 좋을 것 같다.

김상혁 기자 sunny10@
 
사진=박찬하 기자,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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