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학자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지켜낸 서예가 손재형에 관한 이야기가 눈길을 모은다.
2일 방송된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서는 '세한도'에 얽힌 사연이 전파를 탔다.
1943년 일제강점기 말기 추사 김정희의 그림 세한도가 한 경매에 출품됐다. 그런데 당시 세한도는 경성제국대학 중국철학과 교수로 있던 일본인 후지쓰카 지카시에게 1천 원이라는 고액에 낙찰됐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45년, 후지쓰카가 일본으로 돌아간 후 그의 연구실이 연합군의 공습에 전소됐고, 이로인해 세한도가 소실됐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세한도는 멀쩡했다. 그로부터 4년 뒤, 도쿄 대공습 당시 소실된 줄 알았던 세한도가 멀쩡한 모습으로 공개된 것이다. 알고 보니 낙찰 직후 소식을 접한 손재형이 후지쓰카를 찾아가 세한도를 양도해달라고 설득을 시작했던 것이다.
손재형은 후지쓰카가 일본으로 건너간 뒤에도 현해탄을 건너 날아가 100일 동안 꾸준히 설득했다.결국 이에 감탄한 후지쓰카가 대가 없이 양도를 결정하며 세한도가 조선으로 돌아오게 됐다.
해방 후 손재형은 1949년 독립운동가 위창 오세창, 부통령 이시영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에 오세창은 "생명보다 국보를 아끼는 선비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평하며 손재형의 의지를 높이 샀다.
세한도는 전문화가의 그림이 아니라 선비가 그린 문인화(文人畵)의 대표작으로 인정받아 대한민국 국보 180호로 지정되어 있다.
김견희 기자 kh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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