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체스키크롬로프 성 앞과 라트란 거리를 이어주는 다리에 얽힌 사연이 눈길을 모은다.
2일 오전 방송된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서는 1608년 신성 로마제국 왕가의 여인을 살인한 남자를 기리는 '이발사의 다리'에 대해 다뤄졌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다리는 체스키크롬로프성과 강 건너 있는 라트란 거리를 이어주는 곳이다. 이 다리는 한 남자를 기리는 곳인데 놀랍게도 그 남자는 살인자다.
1605 신성로마제국 황제 루돌프 2세에게는 애인 캐서린 스타리사 사이에서 태어난 줄리어스 왕자가 있었다. 왕은 당시 지병이 있었던 왕자를 위해 체스키크롬로프 성을 구입했다.
그 곳에서 줄리어스 왕자는 한 여인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는데, 그녀의 이름은 마르케타로 한 이발사의 딸이었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고 가정을 꾸리게 됐다. 하지만 마르케타는 누군가로부터 목이 졸려 목숨을 잃게 됐고, 충격에 빠진 줄리어스 왕자는 사랑하는 여인을 죽인 범인을 찾아 직접 나섰다.
그런데 마르케타의 아버지인 이발사가 범인이라고 밝혀지면서 도시가 발칵 뒤집혔다. 그는 줄리어스 왕자의 손에 처형당하게 됐다.
하지만 얼마 후 마르케타를 죽인 진범이 줄리어스 왕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줄리어스가 앓고 있었던 정신병이 참변을 부른 것이다.
합스부르크 가의 후손인 줄리어스는 근친결혼을 통해 권력을 유지했기 때문에 이로인해 왕족들에게는 각종 유전병들이 있었다.
이에 줄리어스는 종종 폭력적으로 변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무의식중에 한 일은 기억하지 못했다. 마르케타를 살해한 것도 무의식 중이었던 것이다.
또 왕자는 범인을 색출하겠다는 명목으로 죄 없는 마을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마르케타의 아버지는 무고하게 죽는 마을 사람들을 두고볼 수 없었고, 이 때문에 거짓자백을 한 것이다.
이 모든 사실을 안 루돌프 2세는 1608년 줄리어스를 교수형에 처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주민들은 이발소 앞에 있던 다리에서 그를 애도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왕자가 마르케타를 살해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나머지는 전설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발사의 다리'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김견희 기자 kh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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