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좋니' 열풍…그는 예능인 이전에 '음악인'이었다

입력 : 2017-08-21 08: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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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산일보 DB,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윤종신은 언제부턴가 본업보다 '라디오스타'에서 말장난을 던지는 예능인의 이미지로 굳어져갔다. 윤종신의 전성기를 접하지 못했던 젊은 세대들의 눈에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그는 올해 28년차 가수다.  최근 음원차트 '역주행'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좋니'로 인해 서서히 잊힐 뻔했던 음악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좋니'는 미스틱 엔테인먼트의 음악 플랫폼 '리슨'을 통해 지난 6월 22일 발매된 발라드 곡이다. 미스틱이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지 않았기 때문에 첫 공개됐을 때 반응은 비교적 잠잠했다. 음원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좋니'의 라이브 영상과 SNS의 힘이었다.
 
윤종신이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음악채널 '딩고뮤직'에서 선보인 애절한 라이브가 온라인을 통해 퍼지며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음원 서비스 멜론 차트 93위로 시작했던 '좋니'는 이때를 기점으로 급격히 치고 올라오더니 지난 16일 기준 1위를 차지했다. 벅스, 지니 , 네이버, 소리바다 등에서도 1위를 휩쓸었다.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층이 '좋니'의 매력을 재발견했고, 이를 향한 관심이 입소문으로 퍼지며 뒤늦게 음원사이트에서 '좋니'를 찾는 흐름으로 이어진 것이다.
 
'좋니'의 가사는 다소 찌질하다. '좋으니 그 사람 솔직히 견디기 버거워. 니가 조금 더 힘들면 좋겠어. 내 십 분의 일 만이라도 아프다 행복해줘'는 이별 후 아무렇지 않은 듯 잘 지내는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경을 담아냈다. 쿨한 이별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사실 이별을 맞이한 이들에게 '사랑하기 때문에 놓아주는 거야' 같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말은 판타지에 불과하다.
 
'억울한가 봐 나만 힘든 것 같아 나만 무너진 건가 고작 사랑 한번 따위 나만 유난 떠는 건지'라는 가사에서 느껴지듯 '좋니'는 사랑 때문에 눈물 흘렸던 남자의 아픔과 애잔함을 끄집어낸다. 실제로 최근 젊은 남성들이 노래방에서 '좋니'를 부르는 경우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에는 여자 버전으로 개사한 가수 미교의 커버 영상도 공개되는 등, 신드롬에 가까운 '좋니'의 인기는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윤종신은 이전부터 이별 노래를 자신만의 감성으로 소화하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좋니'는 그가 1993년 발표한 '오래전 그날' 속 전개와도 흡사하다. 두 곡 모두 옛 연인의 소식을 우연히 접한 후 그의 행복을 바라면서도 가슴 한 구석에 남아 있는 미련을 드러내고 있다. 윤종신은 이별 후 누구나 한 번쯤 가질 수 있는 생각이지만, 쿨하지 못한 것처럼 보일까봐 숨기게 되는 감정을 슬며시 건드린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별송에 공감하는 이유는 여기에서 나온다.
 
음악평론가이자 방송작가인 박종규 씨는 '좋니'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요인에 대해 "댄스 뮤직, 비속어 가사와 반복되는 스웨그에 지친 대중의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좋니'는 '오래전 그날'의 연장선상에 있는 노래"라고 한 후 "윤종신의 음악은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정서를 담고 있기 때문에 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식상한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좋니'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결국 노래의 힘인 것 같다"며 "좋은 곡은 시기가 언제가 됐던 사람들이 찾게 돼 있다. 그것이 마케팅은 최소화하고 음악으로만 승부를 보자는 '리슨'의 취지와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또 "'좋니'를 계기로 윤종신의 이전 곡들을 들어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윤종신과 '리슨' 간에 전반적인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좋니'를 제외하면 멜론을 비롯한 국내 8개 음원차트 상위권에는 대부분 아이돌 그룹 엑소,워너원, 레드벨벳, 블랙핑크 등의 곡이 자리 잡고 있다. 팬덤 생성, 철저하고 체계적인 마케팅, 유행에 따라가는 장르를 배제하고 좋은 노래 생산에만 집중한 윤종신의 철학이 이와 반대로 가고 있는 가요계에 경종을 울리길 기대해본다.
 
김상록 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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