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첫 방송, 아이가 태어날때만큼이나 긴장됐어요."
7년 만에 TV로 돌아온 방송인 신정환이 21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귀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이날 신정환은 기자회견이 마련된 장소에 일찍 나와 기자들을 맞이했다. "점심은 드셨느냐", "명함 한 장 부탁드린다", "오늘 잘 부탁드린다"는 등 말을 걸며 친근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리고 오후 2시 행사가 시작되자 그는 마이크를 들고 섰다. 탁자와 의자가 마련됐지만 앉지 않았다. 앰프를 통해 흐르는 그의 목소리는 떨렸고, 대답은 전체적으로 정리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죄송', '솔직'이라는 단어는 일관성있게 반복됐다.
다음은 취재진과 신정환이 나눈 일문일답이다.
Q.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한 과정이 궁금하다.
A. 회사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소속사(코엔스타즈) 입장에서도 큰 모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가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94년 데뷔 후 많은 사건과 사고가 있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이런 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가 고개를 떳떳이 들고 말한다는 것이 어색하지만, 더 이상 실망을 드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전하기 위해 소속사에 제의했다.
Q. 2010년 '뎅기열 사건'에 대해 본인이 직접 해명한 적이 없다.
A. '신뎅기'나 '칩사마'라는 별명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말씀드리는 건 변명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당시 너무 많은 말과 보도가 나가서 혼란스러웠다. 사실 뎅기열 이런거 몰랐다. 그런데 현지에 있는 지인이 아는 병원이 있으니 그곳에 가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래서 일이(커졌다).
당시 왜 바로 사과하지 못했냐고 많이들 물어보신다. 철이 없었다. 후회할 뿐이다. 그저 평생 빚을 졌고, 갚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큰 오점이다.
Q. 예능으로 복귀했다. 그런데 예능은 본인도 즐거워야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 것인가라는 관점으로 컴백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A. 첫 촬영이 차에서 내리는 장면이었다. 그 직전에 차 안에서 스태프가 마이크를 허리에 채워줬다.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었는데 마이크 차는 순간 마음이 편해졌다. 그 순간 왜 이런 소중한 순간을 느끼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티를 내기엔 창피했지만 속으로는 좋았다.
예능으로 복귀한 이유는 관찰 속에서 저의 가식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저의 복귀가 불편하신 분들도 있다. 모든 분들이 다 만족할 수 없지만 한 분이라도 더 마음을 제게돌리고 싶다.
Q. 댓글 보나.
A. 많이 본다. 날카롭게 지적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긍정적인 응원의 댓글도 있고, 앞뒤없이 욕하시는 분들도 있다. 어차피 모든게 술술 잘 풀릴거란 생각 하지 않는다. 한 발 한 발 다가갈 것이다. 예전 캐릭터로 웃음드릴 수도 있겠지만 제가 쓰러졌다 일어나는 모습에서 흥미를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아이 때문에 복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왜 그걸 내세웠는지 궁금하다.
A. 팬카페에 글을 올린 적 있다. 그 당시는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이다보니 글을 쓰다가 저도 모르게 그 부분을 넣었다. 아이 때문에 복귀하냐고 묻는다면, 제가 신중하지 못했다는 대답 밖에 드릴 수 없다. 다만 아이의 탄생이 제가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는 용기를 줬기에 그렇다.
Q. 함께 촬영 중인 탁재훈도 복귀한지 얼마 안 됐다. 그런데 신정환과 함께하면서 더 크게 욕 먹고 있다.
A. 그렇다고 재훈이 형과 함께 하면서 복귀하는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촬영 중에도 이야기했지만 프로그램 기획 단꼐에서부터 형이 선뜻 해준다고 해서 고마웠다. 형은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7년 간 묻혀있다 나온 동생과 함께 해주겠다고 해서 감사하다. 그런데 아직 진실하게 표현을 못했다. 형도 댓글에 본인 지분이 많은 거 안다. 저 때문에 상처 받지 않았으면 한다.
Q. 신정환 하면 MBC '라디오스타'를 빼놓을 수 없다. 지금 그 곳 한 자리가 비었는데.
A. '라디오스타'는 늘 그립고 고마운 자리다.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제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10년 넘게 '라디오스타'를 사랑해주시고 이끌어주신 많은 분들이 허락해주셔야 조심스럽게 생각해볼 수 있다. 저 말고도 (그 자리에서)잘 하시는 분들 많다.
Q. 복귀 프로그램 Mnet '프로젝트S: 악마의 재능기부' 1회가 방송됐다.
A. 개인적으로는 아이가 태어날때만큼이나 떨리더라. 아내와 같이 봤는데 별 말은 없었다.
방송 중에 한 아주머니께서 저를 혼내시는 모습도 나왔다. 그때는 촬영 중이라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정도로 답했지만, 그 분의 표정과 모습이 제 어머니와 똑같았다. 만약 카메라가 없었다면 그 아주머니 손을 잡고 울었을 것 같다.
Q. 지금 출연료 선지급이나 여러 채무 문제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A. 예전에 계약금조로 몇 회분을 묶어서 선지급을 받았다. 지난 7년 간 수입이 없었는데 이제부터 갚아나가려 한다. 그리고 다른 채무는, 전ㆍ현 소속사와도 관련되어 있고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라 차후 정리해서 알려드릴 예정이다.
Q. 복귀 마음가짐은 어떤가. 그런 일을 겪고 난 후 보여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나.
A. 주변에서 해주시는 말씀이 "처음같은 모습을 보여야한다", "현재의 니가 가진 미안함을 보여주며 서서히 풀어가라"로 나뉜다. 원래 제가 누가 시킨다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촬영하면서 스스로 만들어가는 경향이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표정관리 같은 걸 하는 등 조심스러운건 사실이다.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은 예전의 활발한 면이다. 그게 제 머리와 마음속에 준비는 되어있다. 그러나 몸으로 나오는 것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시간이 흘러도 내가 꺼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첫 프로그램하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상혁 기자 sunny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