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해의 귀한 손님 꽃게탕 '가을에는 수게를 즐겨야 제 맛' [박상대의 푸드스토리]

입력 : 2017-11-06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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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꽃게의 계절이다. 서남해안 어느 포구에 가나 꽃게를 판매하고 있다. 내가 먹은 최초의 꽃게는 어린 시절 가을걷이를 하는 들녘에서 점식 때 미역국에 들어 있는 꽃게다. 꽃게 다리를 잘라서 젓가락으로 한 쪽을 찌르면 반대편으로 살이 밀려나왔고, 몸통에서는 하얀 속살이 결을 이루며 떨어져 나왔다. 쫄깃한 맛이 그만이었다.
             
십 수 년 뒤에 제대로 만들어진 양념게장과 간장게장, 꽃게탕과 꽃게찜을 맛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꽃게는 봄철에 암컷을, 가을철에 수컷을 주로 먹는다는 상식을 알게 되었다. 6월쯤에 암컷이 산란하기 때문에 금어기에 들어가는데 그 전에 잡은 암컷들은 주황색 알을 담고 있다. 꽃게 알은 간장게장이나 양념게장으로 만들어 먹을 때 더 맛있다. 암컷을 쪄먹는 것은 작은 실수다. 탕이나 찜은 가을에 수컷 꽃게로 만들어 먹어야 제대로 먹는 것이다.                
서해안 어느 섬에서 꽃게탕을 먹고 싶어 제법 오래 되었다는 음식점에 들어갔다. 당연히 꽃게탕을 주문했다. 아, 그런데 이건 좀 이상하다. 꽃게탕에서 마늘과 고추장 냄새가 너무 강하게 난다. 양념을 너무 많이 넣으면 꽃게탕이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고 이도저도 아닌 이상한 잡탕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 꽃게탕에서는 꽃게 향과 쑥갓 향이 나야 하는데....
     
꽃게탕은 육수를 내서 끓인 후 게와 양념을 넣어 끓인다. 육수는 멸치와 다시마, 북어, 디포리, 표고버섯 등을 이용해서 만든다. 다시마는 국물이 팔팔 끓기 전 꼭 건져내야 한다. 다시마를 팔팔 끓이면 쓴맛이 나기 때문이다. 육수를 낼 때 손질된 꽃게 껍데기(등)를 벗겨 넣기도 한다. 키토산 성분이 있으므로 버리지 않고 함께 끓이는 게 좋다.
      
꽃게탕은 한 솥에 서너 마리를 넣고 끓이는 게 좋다. 작은 솥에 너무 많이 넣으면 국물이 부족하게 된다. 여수, 목포, 군산의 꽃게찜은 엇비슷하다. 국물에서 된장과 고추장, 마늘냄새가 조화를 이룬다. 무, 애호박, 콩나물, 대파, 풋고추, 그리고 콩나물과 쑥갓이 뒤를 받친다. 감자를 몇 조각 넣기도 한다.
         
꽃게탕을 전문으로 파는 음식점에서는 주방에서 다 끓인 것을 내오며, 식탁 위에서는 아주 작은 불을 켜서 솥(냄비)을 올려놓는다. 식탁에서 불을 크게 켜는 음식점은 아마추어일 가능성이 높다. 주방이 바쁜 탓에 식탁에서 끓인다면 도우미 직원이 곁에 서서 불을 조절해 주어야 한다. 꽃게탕에 불을 오래 켜서 끓이면 살이 국물 속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꽃게탕에는 타우린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눈 건강에 좋으며 혈액순환을 돕고 당뇨 따위 성인병 예방에 좋다. 칼륨 성분도 풍부하여 어린이 성장에 좋고, 여성들의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d를 함유하고 있어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글 박상대 월간 '여행스케치' 대표 psd0828@hanmail.net

박홍규 기자 4067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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