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집회시위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경찰이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다시 강경모드로 되돌아 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경찰은 집회 시위 중 도로침범이나 신고된 집회시간 초과 등 가벼운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묵인하고 최대한 집회가 자연스레 끝나도록 유도했다.
차벽은 아예 등장하지 않았고, 방패나 곤봉으로 무장한 경비 경찰관도 집회 현장에서 보기 힘들었다. 경찰은 주로 교통 소통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9월에는 집회 현장에서 차벽을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집회 참가자 안전 보장이 어렵거나 폭력행위 제지가 곤란한 상황에만 예외적으로 설치한다는 내용의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안을 경찰청이 전격 수용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한 이날 서울 도심에 차벽이 다시 등장하는 등 경찰 대응은 지금까지와 사뭇 달랐다. 경찰개혁위 권고를 경찰이 받아들인 지 불과 2개월 만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 버스를 이용해 광화문광장을 남쪽 위주로 절반 이상 둘러쌌다. 일부 시위대가 세월호 천막 위에 올라가서 피켓을 들었지만, 차벽 바깥쪽에서는 보이지 않을 정도의 높이였다.
경찰은 차벽을 치는 등 시위대에 강경 대응을 한 것에 대해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들었다.
경찰은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 만찬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갈 시점에도 시위대가 물품 등을 투척할 가능성에 대비, 그물망을 들고 대기하는 모습이었다. 실제 현장에서는 물병과 유인물을 던진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 반대 목소리가 매우 거세져 방한 당일 돌발행동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경호법상 국빈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국가원수를 한 치의 빈틈 없이 경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처였다"고 말했다.
박철중 기자 c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