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등으로 인한 월세와 상가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과 상인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갈등이 끊이지 않는 서촌에서 강제집행으로 인한 충돌이 벌어졌다.
9일 서울 대표 관광지인 종로구 서촌의 한 음식점에서 사설 용역이 강제집행을 벌어졌다.
A 족발집 사장인 김모씨는 이날 오후 4시 55분께 건물 임대인 이모씨가 부른 사설 용역업체 직원들이 가게를 비우기 위한 강제집행을 시도하자 거세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용역 직원과 법무부 집행관 등 10여명은 이날 30분가량 강제집행을 시도했고, 김씨가 웃옷을 벗고 몸에 시너를 뿌리며 저항하자 집행불능을 결정하고 철수했다.
김씨 측은 "족발집을 2009년부터 운영해 왔는데 지난해 초 이 건물을 48억원에 인수한 건물주가 갑자기 건물을 비우고 70억원에 (건물을) 내놓으려 한다"며 "점포를 비우게 하려고 일부러 임차료도 연체시켰다"고 주장했다.
김씨 측에 따르면 임대인은 지난해 1월 김씨에게 건물을 리모델링하겠다며 가게를 비우라고 요구하면서, 리모델링 후에는 보증금 3천만원을 1억원으로 올리고 임대료 월 297만원을 1천2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김씨가 불응하자 임대인은 최근 3개월간 월세를 낼 계좌를 알려주지 않는 방식으로 임차료를 받지 않았고, 이를 근거로 명도소송에서 승소해 강제집행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지만, '임대인이 재건축을 위해 건물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예외규정으로 두고 있다.
이날 사건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건물주의 '갑질'이라는 의견과 임차인의 '을질'이라는 주장으로 갈렸다.
한 네티즌은 "이렇게 되면 모든 건물의 소유권은 의미가 없어지고 매매나 용도변경 리모델링 등의 수익 및 효율증대는 생각할 수 없다.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며 건물주 편에 선 의견을 냈다.
하지만 상가임차인 보호법이 실상 보호해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의견등 반대 입장도 팽팽했다.
김정덕 기자 orikimj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