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20만대를 초과하는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5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마련하자 삼성 전자와 LG전자는 유감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21일(현지시간) 미국법인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에서 ITC의 권고안에 대해 "ITC가 월풀의 터무니없는 관세 부과 요구를 적절하게도 기각했다"며 "우리는 여전히 어떤 구제조치도 필요하지 않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와 소매업자, 일자리에 파괴적인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며
"작은 관세라도 (제품의) 가격을 올리고, 제품 선택의 폭을 제약하며 삼성전자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생길 일자리를 손상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내년 1월부터 생산에 들어갈 공장의 준비를 위해 350명을 채용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150명의 생산직 일자리를 더 충원할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정부가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의 일꾼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미국인을 위해, 미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혁신적인 세탁기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제한할 어떤 구제조치도 부과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LG전자도 ITC의 권고안에 대해 "세이프가드 발효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 유통과 소비자가 입게 될 것이므로 이번 ITC 권고안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최종 결정을 하게 될 미 정부가 미국 소비자와 유통뿐만 아니라 가전산업 전반을 고려해 현명한 선택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LG전자는 "LG 세탁기가 지금까지 미국에서 성장해온 것은 미국의 유통과 소비자들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LG 세탁기를 선택해왔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이번 권고안은 미국 유통 및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크게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LG전자는 권고안대로 세이프가드가 발효될 경우를 대비해 현재 건설 중인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의 가동 시점을 앞당기는 등 세이프가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또 한국 정부를 비롯해, 미국에 세탁기를 수출하는 다른 국가 정부·기업들과 협력해 공동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월풀은 ITC에 삼성과 LG가 생산하는 대형 가정용 세탁기와 부품에 대해 최대 50%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TC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삼성·LG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월풀이 요청한 일률적인 50% 관세 대신 저율관세할당(TRQ)을 120만대로 설정하고, 이를 넘어 수입되는 세탁기에는 50% 관세를 부과토록 한 것이다. TRQ는 일정 물량에 대해서는 낮은 관세를 매기되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수입제한 조치다.
김상록 기자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