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진칼럼] '줬다 뺐으면 안돼' 소비자 관점이 진정한 기업혁신

입력 : 2017-12-08 10:32:23 수정 : 2017-12-08 10: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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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라는 개념이 있다. 

행동경제학자 리차드 탈러가 주창했는데 그는 `소비자들은 이미 소유한 제품(서비스)에 대해서 소유하기 전보다 2~4배 정도 더 가치를 부여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일단 소유를 하게 되면 소유물에 대한 심리적 가치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반대로 말하면 이미 소유한 것을 상실했을 때 상대적 박탈감도 커진다는 뜻이다. 시쳇말로 `줬다 뺏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최근 불거진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 `강제 취소' 이슈가 논란이다.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50% 파격 할인 쿠폰을 제공한 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취소해 고객들이 뿔난 것. 해당 사안에 여러 쟁점이 있지만 고객을 어수룩한 손님, 즉 `호갱' 취급했다는 비판은 피해 가기 어려워 보인다.

여행 상품은 '고관여 구매행동'으로 소비된다. 계획을 세우고 여행 일정 동안 누릴 가치를 떠올리는 등 물질적, 심리적 관여도가 높다. 비누나 화장지처럼 습관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고 판단해서 결정한다. 때문에 숙박과 여행을 취급하는 기업들은 고객 관점에서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종합숙박O2O 업체 여기어때의 훈훈한 사례는 주목할 만 하다. 이 회사의 제휴점인 제주 A 호텔이 이달 말 영업을 종료한다. 사유는 경영악화. 여기어때를 통해 해당 호텔을 이용하고자 했던 고객들이 예약한 일정에 숙박을 이용할 수 없게 됐고, 이에 여기어때는 고객케어 방안을 수립했다. 대안 숙소를 확보해 고객들에게 안내했고 11명의 고객이 동의했다. 

또 취소 고객에게는 전액 환불 조치를 취했고, 포인트 지급을 통해 재구매를 유도했다. 불가피하게 사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고객의 수긍을 얻은 경우다..

그동안 이 회사는 사용자 관점에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왔다. `중소형 호텔 인식개선을 위한 혁신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바가지 요금 근절을 위해 도입된 `최저가보장제'부터 부득이한 상황으로 입실 전에 취소를 해야 경우 예약금을 보전해주는 `예약연기제'까지 사용자 편의를 강화하는 정책을 선보였다.

중소형호텔(모텔)은 고무줄 요금으로 업계에 대한 신뢰가 실추돼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어때 최저가보장제에 동참하는 제휴점이 늘면서 숙박요금의 투명화가 이뤄지는 등 시장에서의 반향이 작지 않다.

소비자들은 더 나은 선택이 있음에도 현재 상황에 머무르고 싶어하는 내재적 욕구가 강하다. 변화가 클수록 균형을 유지하려는 저항 심리 때문이다. 그래서 `혁신'에 성공하려면 익숙함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부르짖고 있지만, 혁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혁신은 소비자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들이 불편해하는 게 무엇이고, 어떤 변화를 갈망하는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점진적으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 연말을 앞두고 들 뜬 기분으로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그것이 지금 숙박 회사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대목이 아닐까 싶다.











지용진 PR매니저 woody.ji@within.co.kr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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