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무섭거나 징그럽게 생긴 물고기가 있다. 가물치와 농어처럼 거무스름하게 생겼지만 몸매에 비해 얼굴이 더 못 생겼다. 게다가 덩치가 좀 더 크다. 수족관에 있는 것도 보통 50cm 이상이고 더 큰 것도 있다. 그 모습이 마치 곰처럼 생겼다고 해서 ‘곰치’ 또는 '물곰'이라고 부르는 고장도 있다.
남해읍내에 있는 작은 어시장에서 이처럼 퉁퉁하고 못 생긴 물고기를 처음 발견하고 생선장수 아주머니에게 이름을 물었다. "물메기요!"... '물에 살지 않는 메기도 있나?' 하고 조금 옆으로 가자 물메기탕을 판다는 작은 음식점이 있다.
"물메기탕 전문집이네요. 물메기탕 많이 먹어요?" 묻기 무섭게 주인아주머니가 "지금 제철입니더. 해장국으로 많이들 잡숴요. 잡숴 봐요. 후회 안할 낍니다" 하고 재촉한다. 마침 식전인데다 딱히 시선을 끓어가는 다른 메뉴도 없어서 물메기탕을 주문했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물메기(곰치)에 대해 "고깃살이 매우 연하고 뼈도 무르다. 맛은 싱겁고 술병을 고친다"고 말하고 있다. 물메기는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사계절 잡히는 어종이다. 한때는 어부들이 고기잡이를 나갔다 그물에 걸린 것을 덤으로 가져오는 생선이었다. 그러다가 추운 겨울에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재빨리 쉽게 조리해 먹기 좋은 생선으로 선택을 받았다.
물메기탕은 경상남도 남해나 충무일대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강원도나 경북지역에서는 곰치국이라고 부른다. 물메기탕은 국물이 말갛다. 무와 대파, 마늘, 미역 등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살점을 숟가락으로 떠서 잡수세요" 살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먹을 수 있다면 선계에서 온 사람이다.
살이 순두부처럼 부드럽기 때문에 젓가락으로 건드리면 살점이 다 부서져버린다. 생선 껍질은 흐물흐물해서 느낌이 좋지 않았다. 얼핏 보기에 너무나 흐물대고 끈적끈적해 보여서 입에 넣는 것을 주저했다. 그러나 조심스레 입에 넣어보니 크게 불편하지 않고 미끈거릴 뿐이다. 국물을 서너 번 떠먹으면 가슴에 뜨거운 기운이 감돈다.
곰치국은 물메기탕에 묵은 배추김치를 보탠 것이라고 보면 된다. 배추김치의 신맛이 국물을 주도하고, 국물을 먹을 때 김치 때문에 씹는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간밤에 술을 많이 마신 주객들은 흐물거리는 살과 신맛이 나는 김치국으로 거북한 속을 시원하게 풀 수 있다. 겨울철 이른 아침에 곰치국 한 그릇은 훌륭한 해장국이 된다.
글 박상대 월간 '여행스케치' 대표 psd082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