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정석 "내 연기에 대한 아쉬움 늘 있어…만족하는 순간 퇴보"

입력 : 2018-01-29 09:10:26 수정 : 2018-01-29 09: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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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내 연기에 만족하는 순간 타성에 젖거나 퇴보될 수 있어요." 지난 16일 종영된 MBC 드라마 '투깝스'에서 1인 2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조정석. 그는 언제나 브라운관에 비춰지는 자신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지난해 MBC 연기대상 월화극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고, 출연하는 작품마다 성공을 거두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았지만 결코 우쭐대지 않았다. 연기를 대하는 자세는 한결같고 진중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조정석을 만나 그가 꿈꾸는 연기와 삶을 들어봤다. 조정석은 '투깝스' 촬영을 마친 후 바로 연극 '아마데우스' 연습 준비에 들어갈 만큼 언제나 연기가 고픈 배우다.

■ "매일 3시간 자면서 3개월 동안 촬영, 보양식 챙겨 먹었다"

'투깝스'는 사기꾼 공수창(김선호)의 영혼이 빙의된 강력계 형사 차동탁(조정석)과 기자 송지안(이혜리)이 펼치는 판타지 수사 로맨스 드라마다. 극중 1인 2역을 맡은 조정석은 엄청난 분량으로 인해 체력적인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매일 부족한 수면 시간과 싸우면서도 꾸준히 건강식을 챙겨 먹으며 집중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다른 작품을 할 때 보다 유독 체력적으로 더 힘들었다"며 "막상 끝나니까 시원섭섭하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같이 출연한 배우들끼리 '우리 이제 끝난 거 맞지? 촬영 안가도 되는 거지?'라고 농담 삼아 되묻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투깝스'를 찍는 3개월 동안 잠을 제대로 잔 적이 거의 없었다. 매일 하루에 3~4시간 정도 잤는데, 그게 몇 달 이상 반복되다 보니까 중반 이후에는 조금 버거웠다"며 "그래도 그 속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내 나름의 노력을 했다. 보양식, 건강식을 일부러 찾아 먹거나 점심부터 고기를 먹으면서 체력 보충에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또 "돌이켜 보면 최근까지 출연했던 작품이 가장 힘들었던 것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고 나면 꼭 그렇지도 않다. 그때 닥치는 순간은 매번 그런 것 같다"고 했다.

■ "1인 2역 고민? 부담감보다 매력에 끌려"

1인 2역은 배우라면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를 일으키는 시도임에 틀림없다. 앞서 '피고인'의 엄기준, '듀얼'의 양세종이 1인 2역 연기로 극찬을 받았다. 잘 표현하면 커리어에 인상적인 줄을 남길 수 있지만, 위험 부담 또한 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1인 2역이 주는 특별한 매력에 끌린 조정석은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부터 '이거다'는 느낌이 왔어요. 1인 2역 자체가 워낙 매력이 있고 돋보일 수 있는 캐릭터니까 배우로서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걱정이나 부담감 보다 기대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공수창 캐릭터도 계속 관찰하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대신 선호가 연기하는 공수창을 그대로 따라하면 나만의 색깔이 없어지기 때문에 그 부분에 유념했어요. 초반에는 선호와 이야기도 자주 했는데, 나중에는 대화가 점점 줄어드는 걸 느꼈어요. 그렇게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 같은 지점을 바라보며 인물을 표현하지 않았나 싶어요"

■ "혜리는 솔직한 친구, 가능성 충분해"

'투깝스'는 방영 기간 동안 걸스데이 혜리의 부족한 연기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정석과 극을 이끌어 가야할 주인공의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시청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가장 가까이서 혜리를 지켜본 조정석은 그의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했다. 조정석이 생각하는 훌륭한 연기의 기본은 솔직함이었다. 조정석에 따르면 혜리는 그 솔직함이 묻어나는 배우다.

그는 "연기를 함에 있어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본다. 내 감정이 이만큼 생겼을 때 그것을 정확하게 툭 내뱉으면 되고, 좀 더 큰 감정이 일어 났을때도 그만큼을 뱉어주면 된다"며 "어설프게 계산을 하고 포장하는데 치중하면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없다. 그 순간에 빠져서 진실 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혜리는 연기를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친구다"며 "솔직하고 편안하게 표현하는 데 탁월한 강점이 있다. 그 친구가 하는 연기를 볼 때 깜짝 깜짝 놀라거나 감탄할 때가 있을 정도"라고 극찬했다.

조정석은 "물론 이번에 혜리의 연기를 본 대중이 그렇게 느꼈다면 거기에 따른 혹평은 받아들여야겠지만, 이를 계기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시청률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밝혔다. '투깝스'의 평균 시청률은 8~9% 사이를 오갔다. 최악은 아니었지만, 조정석과 혜리의 만남으로 방송 이전부터 기대감을 일으켰던 것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다.

"최대한 좋게 생각하려고해요. 요즘에 나오는 드라마들이 두 자리수대 시청률을 넘기기가 쉽지 않잖아요. 동시간대 다른 작품에 비해서는 잘 나와서 다행이에요. 그리고 막판에 10%를 한 번 넘기기는 했습니다”

■ 드라마 종영 후 연극 '아마데우스' 준비 "무대는 친정 같은 곳"

3개월의 드라마 일정을 마쳤지만, 조정석에게 긴 휴식은 필요 없었다. 다음달 27일부터 시작되는 연극 '아마데우스' 연습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가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 드라마 '더킹 투하츠'의 은시경 역으로 주목받기 이전부터 연극, 뮤지컬 무대는 조정석의 연기적인 기반을 다지게 해준 곳이었다. 조정석은 공연장을 자신의 '친정'이자 '연기 인생의 뿌리'라고 표현하며 애정을 나타냈다.

"연극 무대에는 7년 만에 서는 것이지만, 무대라는 공간 자체는 언제나 익숙하고 내게 친정같은 곳이나 다름없어요. 2년 전부터 뮤지컬 '헤드윅'도 꾸준히 하고 있었거든요. 연기를 할 수 있다면 그게 어디가 됐든 장소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싶어요. 무대에서 연기하는 제 모습을 그리워하는 팬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건 그들과 나 사이에 지켜야 할 나름의 약속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게 된 작품은 '건축학개론'과 '더킹 투하츠'이고 그 작품들도 너무 소중하지만, 아무래도 조금 더 애착이 가는 건 무대에요. 지인들이 '투깝스' 촬영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쉬지도 못하고 어떡하냐며 걱정 해주시는데 오히려 저는 연습실에 들어가면 에너지가 충전이 돼요.

무대라는 공간은 또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것 같아요. 따로 혼자 나와서 살다가 본가로 다시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누구나 고향에 가면 편안한 기분이 들잖아요. 저의 뿌리는 연극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 거미와 결혼? 때가 되면 할 것, 2018년은 더 발전해야

조정석은 2013년부터 5년째 가수 거미와 사랑을 키워오고 있다. 연예계를 대표하는 공식 커플이고, 30대 후반에 접어든 두 사람의 나이 때문에 결혼 여부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는 아직 구체적인 결혼 시기를 생각하기보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기를 원했다. 조정석은 거미에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상당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워했다.

"주변에서 결혼 질문을 굉장히 자주 하시는데, 지금 당장은 생각이 없어요. 결혼이 뒷전이라는 것은 아니고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하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에 결별설이 나오기도 했는데 관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너무 잘 만나고 있어요."

조정석은 "앞으로도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히 채찍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30대의 마지막을 보내게 됐는데 모든 분들이 깜짝 놀랄만한 변신의 해로 삼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연기에는 정해진 정답도 없고 끝이라는 게 없기 때문에 그저 꾸준히 전진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드라마, 연극, 뮤지컬, 영화까지…조정석의 맛깔스러운 연기를 담아낼 수 있는 곳은 무궁무진하다. 2018년에도 '열일'을 예고한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사진=문화창고 제공

김상록 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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