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수지, 너무 긴장했나…혼돈의 '아무말 대잔치' (종합)

입력 : 2018-01-29 17:00:24 수정 : 2018-01-29 22: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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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8년차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오히려 갓 데뷔한 신인에 가까웠다. 수지가 컴백 쇼케이스에서 어수선한 답변과 긴장이 역력한 모습으로 현장에 모인 이들을 당황케 했다.

수지는 29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두 번째 미니앨범 '페이시스 오브 러브' 발매 기념 프레스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지난 22일 선공개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가 주요 음원사이트 1위를 차지하며 한껏 기대감을 끌어올린 후 열린 쇼케이스였기에 이 같은 수지의 모습은 다소 아쉬움을 자아냈다. 기대 속에 시작된 컴백 잔치는 찝찝함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

■  미쓰에이 해체 질문 나올 줄 몰랐나…당황 또 당황

수지는 2010년 그룹 미쓰에이로 데뷔 후 가수와 배우 활동을 병행해왔다. 미쓰에이 시절에도 간간이 솔로 곡을 발표하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번 앨범은 미쓰에이가 공식적인 해체 수순을 밟은 후 시작하는 첫 번째 활동이기 때문에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백여 명에 가까운 기자들이 몰리며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수지는 미쓰에이 해체 후 솔로 앨범을 발표한 기분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잠시 머뭇 거린 후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그룹 활동할때와는 다르게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게 된 거니까,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더 독하게 마음을 먹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쓰에이 해체와 관련해 팬들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나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며 "각자 제 자리에서 활동하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쓰에이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해체로 인한 심적 부담감을 은연 중 내비쳤다.


■ 공연은 좋았지만…'악몽 같았던 질의응답 시간'

타이틀곡 '홀리데이'는 일렉트로닉 피아노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부드럽고 나른한 멜로디의 '레이드 백 R&B(Laid back R&B)' 장르다. 래퍼 DPR LIVE가 피처링을 맡아 노래의 완성도를 높였다. 수지는 지난해 1월 공개한 브릿팝 스타일의 'Yes No Maybe'에 이어 다시 한번 음악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그는 이날 타이틀곡 '홀리데이'와 수록곡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의 라이브를 선보였다. 먼저 진행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에서는 애틋한 목소리, 안정적인 고음으로 무대를 채웠다. 특히 노래를 부르는 동안 카메라 플래쉬가 쉴 새 없이 터졌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열창했다.

그는 이어진 '홀리데이' 에서 한층 여유롭고 능숙한 무대 매너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와는 또 다른 매력을 나타냈다. 곡이 시작될 무렵 소파에 누웠다가 잠에서 깬듯한 동작을 연출하는 등 노래의 나른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안무와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피처링을 맡은 래퍼 DPR LIVE와도 눈빛을 주고받으며 무대 전체를 이끌어 나갔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능수능란했던 라이브와 달리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산만해졌다. 수지는 대중이 궁금해 할만한 미쓰에이 해체 후 첫 솔로 활동, 곡을 만든 의도와 앨범 콘셉트 등 전체적인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고, 이에 현장의 분위기는 급격히 어수선해졌다.

그는 대부분의 질문에 짧게는 몇초, 길게는 1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생각을 한 후 답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음, 어" 등 답변 중간 마다 자주 말을 끊었다가 반복했다. 몸이 아픈게 아닌가 싶을 만큼 질문에 응하기가 버거워 보였다. 쇼케이스 진행을 맡은 JYP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도 "너무 긴장하지 말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면 된다"며 분위기를 전환하려 애썼다.

■  팬쇼케이스 때문에 서둘러 종료된 프레스 쇼케이스

수지는 영화, 드라마, 가수 등의 분야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톱스타다. 2012년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지난해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로 2017 SBS 연기대상 수목드라마 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수지는 "내 안에는 여러가지 모습이 있는 것 같다.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는 너무 감사하고 좋지만, 이런 이미지만 있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부담도 됐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또 "그래서 좀 더 다양한 면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해왔다. 섹시한 면이나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 모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꼭 거기에 부응하려고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자연스레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몇 점을 줄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점수를 매기는 게 정말 힘들다. 굉장히 짜게 주고 싶다"며 "100점 만점이라면 40점"이라고 말했다. '너무 겸손한 것 같다'는 소속사 관계자의 말에는 "몇 년 전에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30점이라고 했는데 10점 정도가 올라간 것"이라고 멋쩍게 웃었다.

그는 이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겉돌고 있는 것 같다며 곡의 특징과 스토리를 자세히 설명해달라는 한 취재진의 요구에도 보도자료에 나올법한 의례적인 내용을 늘어놓는데 그쳤다. 결국 질의응답은 오후 8시 예정된 팬 쇼케이스를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서둘러 종료됐다.

수지는 쇼케이스 말미 취재진을 향해 "질문에 만족스러운 답변을 하지 못한 것 같아서, 죄송하다"며 "그래도 1년 만에 컴백하는 앨범인 만큼 많은 관심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수지가 이날 보여준 라이브 무대는 매우 훌륭했다. 그러나 간담회 순서 때 보여준 답변과 태도 때문에 결과적으로 반쪽자리 쇼케이스가 됐다. 행사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MC가 있었다면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큰 차이는 없었을 듯 하다. 노래, 연기 외에 평소 말하는 연습이 절실히 필요해보였던 수지의 컴백 쇼케이스 현장이었다.

수지의 두 번째 미니앨범 '페이시스 오브 러브'에는 타이틀곡 '홀리데이'를 비롯해 '다른사람을 사랑하고 있어', '소버', '나쁜X', '잘 자 내 몫까지', '서툰 마음', '너는 밤새도록' 까지 총 7곡이 실려있다. 이날 오후 6시 음원사이트에 공개된다.

사진=박찬하 기자

김상록 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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