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신생아 구조 '자작극' 벌인 여대생, 처벌 못하는 이유는?

입력 : 2018-01-31 09:52:43 수정 : 2018-01-31 12: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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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극으로 밝혀진 신생아 유기 사건. 사진=연합뉴스

여대생이 영하 6.8도의 한파 속에서 아파트 복도에 버려진 신생아를 구조했다고 자작극을 벌였지만, 법적 처벌은 면하게 됐다.

31일 광주 북부경찰서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다른 사람이 유기한 것처럼 속인 A(26)씨에 대해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귀가 조처했다

대학생인 A씨는 전날 오전 4시께 광주 북구 두암동 아파트 8층 복도에서 갓 태어난 여아를 알몸상태로 구조했다고 거짓말해 형부가 경찰에 신고하도록 했다. 전남에 사는 A씨는 하루 앞서 두암동에 위치한 언니 집을 방문해 언니와 형부 몰래 이날 오전 3시 30분께 화장실에서 딸을 낳았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새벽에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 밖으로 나왔다가 핏자국 속에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양수와 출산으로 인한 혈흔의 흔적이 없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끈질긴 수사로 결국 허위신고 사실을 자백했다.

경찰은 신생아 유기신고를 접수하고 신생아의 엄마를 찾기 위해 89가구 아파트 전 세대를 탐문했다. 이후 A씨의 수상한 행동과 증거를 놓치지 않고 '유전자 검사를 해보자'는 말로 A씨의 자백을 끌어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부모에게 들킬까 두렵고 혼자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어 남의 아이를 구한 것처럼 꾸며 양육을 포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에게 "다시 딸을 데려와 직접 키우겠다"고 양육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아이는 현재 건강한 상태다.

경찰은 A씨에게 허위신고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했으나 112상황실에 신고한 사람이 거짓말에 속은 형부라는 점을 고려해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가족들은 평소 A씨가 두꺼운 옷으로 몸을 가려 배 속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상록 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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