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를 고발하는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영화계로 번지고 있다. 동성의 영화계 동료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이현주 감독을 비롯해 코믹 배우 오 모씨, 조근현 감독 등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영화계에 따르면 '흥부'의 메가폰을 잡은 조근현 감독은 성희롱 논란으로 영화 홍보 일정에서 배제됐다. 조 씨의 성희롱은 뮤직비디오 출연 배우의 면접 과정에서 일어난 것 전해졌다.
성희롱 논란은 해당 신인 배우가 자신의 SNS에 당시 상황을 게재하며 불거졌다. 이 배우는 최근 자신의 SNS에 '미투'(metoo) 해시태그(#)를 달고 "2017년 12월 18일 월요일 오후 3시에 감독에게 '직접'들은 워딩"이라며 조 씨의 성희롱 언사를 밝혔다.
그는 조 감독이 "여배우가 연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배우 준비한 애들 널리고 널렸고 다 거기서 거기다"며 "여배우는 여자 대 남자로서 자빠뜨리는 법을 알면 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깨끗한 척 조연으로 남느냐 자빠뜨리고 주연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거 같아? 영화 영상이라는 거는 평생 기록되는 거야. 조연은 아무도 기억 안 해" 등의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고 썼다.
그는 "더 많은 배우 지망생, 모델분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신중히 글을 올린다"면서 조 감독에게서 온 사과 문자도 캡처해 함께 공개했다.
조 감독은 해당 사건을 접한 배급사와 제작사의 논의 끝에 VIP 시사와 언론 인터뷰 등 모든 홍보 일정에서 제외됐다. 현재 그는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흥부' 제작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조 감독의 성희롱 사실을 영화 개봉을 앞두고 알았다"며 "이후 영화의 공식 행사에서 감독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강력대응은 너무나 당연하다. 솔직히 굉장히 화가났던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배급사 역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배급사 측은 "영화 개봉 직전에 알았다"며 "영화를 함께 땀 흘려 만든 다른 사람들은 무슨 죄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해당 사실을 알고 난 후 조 감독과 더 이상 일을 진행하지 않았다. 제고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문화계 미투 운동은 영화 '연애담'으로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던 이현주 감독이 동성 감독을 성폭력한 사실이 알려지며 시작됐다. 이 감독은 성폭행 논란으로 수상 자격을 박탈 당했고, 영화계를 은퇴했다.
이후 연극연출가 이윤택, 배우 조민기, 유명 코믹 배우 오 모씨 등의 성추행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현재 오씨의 소속사는 이와 관련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남유정 기자 seas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