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전반에 걸쳐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조민기, 이윤택, 오동식의 성추행 및 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또 다른 폭로글이 공개됐다.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졸업 후 연희단거리패에 1년 동안 몸 담았던 A씨는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는 이 모든 일의 방관자이자, 가해자..그리고 피해자다"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자신을 "ㅈㅁㄱ 교수와 ㅇㄷㅅ 교수 그리고 연희단 거리패의 ㅇㅇㅌ까지 거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ㅈㅁㄱ는 조민기, ㅇㄷㅅ은 연출가 겸 배우 오동식, ㅇㅇㅌ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앞서 저보다 먼저 용기내어 글을 올려준 학생들이 쓴 내용들은 사실"이라면서 "학교를 다니는 내내 저희는 조 교수의 눈치를 봐야했고, 그는 마치 안덕벌과 예대가 자신의 왕국인것처럼 행동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는 조민기가 사용하는 영어 이름을 따서 암암리에 학교를 '밍키 월드'라고 불렀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은 컸다"며 "학과장이었고, 연예인이었고, 그 이전에 저희의 수업을 총괄하는 교수였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조민기는 학생들에게 성적인 농담을 일삼았고,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이들은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조민기가 연출가 겸 배우 오동식을 데려왔다고 밝혔다. 오동식은 졸업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비위를 거스른 학생에게 욕설과 폭언, 폭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일부 학생들이 오동식의 수업 방식과 태도 등에 대해 당시 학과장인 조민기에게 이야기 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연희단거리패 입단 후 겪었던 폭행 사건도 폭로했다.
그는 "2015년 겨울, 연희단 거리패의 워크샵 '우리극 연구소'에 참여했고 이후 자연스레 극단에 입단하게 되었다"며 "그리고 2016년 12월, <백석우화>를 마지막으로 연희단 거리패를 나왔다"고 말했다.
A씨는 오동식을 찾아가 대학원 진학에 대해 상의하던 중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야기가 잘 되지 않아 자리를 떠나려 하자 오씨가 자신을 무시하냐며 책상 위에 있던 노트북과 연필꽂이 등을 주먹으로 부수거나 던졌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주변 물건들을 향해 가격하던 주먹을 제 얼굴을 향해 뻗었고,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손가락으로 이마를 여러번 밀었다"고 했다.
이 일로 인해 A씨는 스트레스로 하혈까지 했고, 일주일 정도 쉬고 싶다는 의사를 이윤택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이윤택은 A씨에게 이유를 물었고, 대화과정에서 오동식 과의 일을 알게 된 후 도리어 A씨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윤택이) '신고할테면 해라. 나는 옛날 사람이라 때려도 된다' 하면서 한 번 더 뺨을 때리고는 '넌 퇴단이다. 극단을 나가라. 너같은건 필요없다'고 소리쳤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래도 연극을 할 수 있었던 그곳이 좋았고. 거기서 함께했던 시간들이 소중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가 갈까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면서 "또 한 편으로는 '그래도 지금까지 나를 가르쳐준 선생님이니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는 가해자다"고 자책했다.
끝으로 "대체 누가 누굴 고발한다는 것인지. 그리고 왜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것인지. 정말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고 덧붙였다.
김상록 기자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