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 종사하는 여성 3명 중 2명은 "성희롱과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여성영화인모임이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발표한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내용이다. 이날 영진위와 여성영화인모임은 작년 6월부터 9월까지 영화인 749명(여성 4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심층 면접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응답자의 46.1%는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 응답자 61.5%, 남성 응답자는 17.2%였다. 여성 응답자 가운데 11.3%는 "원치 않는 성관계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여성 22.3%는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당하거나 신체접촉을 하도록 강요받았다'고 대답했다. 영화계에 성폭력·성희롱이 만연하다는 그간 지적이 이번 조사로 확인된 셈이다.
여성들은 이런 피해를 영화 입문 단계(31.0%)에서 가장 많이 입었다고 대답했다. 주로 배우(50.4%)·작가(41.2%)들이 영화 입문 단계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정규직 고용자가 영화 입문 단계에서 피해를 입은 경우는 10.6%였다.
피해자 다수(46.3%)는 그러나 "문제라고 느꼈지만 참았다"고 대답했다. 그 자리에서 잘못을 지적하거나(12.9%), 소리를 지르는 등 도움을 요청한 경우(0.7%)는 적었다. 또 이들 절반 이상(53.5%)은 '친구, 동료 등에게 이야기하고 공론화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에 신고한 경우는 0.3%였다.
이날 행사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개소행사 겸 열렸다. 센터장을 맡은 심재명 명필름 대표와 임순례 감독은 "피해를 입고 영화계를 소리 없이 떠나갔던 동료 여성영화인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든든'을 통해서 영화계에 발생가능한 성폭력을 선제적이고 체계적으로 예방할 것"이라며 "나아가 영화산업 내 성평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지원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남유정 기자 seas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