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 지역에는 가야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 당연히 가야와 관련된 전설도 많다. 일본(왜)과 교류했던 가야의 흔적들이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후쿠오카 중앙부두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산이 하나 보인다. 바로 가야산이다. 규슈 북부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쓰쿠시후지라고도 불린다. 쓰쿠시는 규슈 북부의 옛 이름이고, 후지는 일본에서 가장 높다는 후지산에서 가져온 이름이라고 한다. 이영식 인제대 교수는 "일본 지도에는 이 산을 가야산이라 표시한 뒤 괄호 안에 쓰쿠시후지라고 써넣고 있다. 가야산은 합천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과 같은 이름이다. 서로 다른 한자를 쓰고 있지만, '가야'라는 같은 소리를 표현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야산은 대한해협을 향해 돌출한 이토시마 반도에 자리 잡고 있다.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가던 가야의 항해사들에게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슈 북부서 가장 높은 산 '카야산'
옛 가야 항해사들 이정표 역할 추정
구마모토현 소도시 '야쓰시로'엔
'가야서 온 무리' 뜻 '가랏파' 지명도
학계, 가야-왜 교류 흔적으로 판단
구마모토현에는 야쓰시로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바다에 접해 있는 곳이다. 구마강 다리 앞에는 '하동도래비'라는 비석이 있다. 인근에는 '하동상'도 있다. 하동은 다름 아닌 거북이다. 비석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이곳은 1500~1600년 전, 가랏파가 중국 방면에서 와서 처음 일본에 도착해 살기 시작한 곳이라고 전해진다. 하동은 일본 발음으로 '가랏파'다. 우리나라 일부 학자들은 '가랏파'를 '가야(가라)에서 온 무리'라는 뜻이라고 분석한다.
미야자키현과 가고시마현을 잇는 큰 산이 있다. 높고 낮은 화산 봉우리 23개를 가진 큰 산이다. 그중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해발 1700m인 '韓國岳(한국악)'이다. 일본 발음으로 '가라쿠니다케'다. 여기서 가라는 '가야'를 뜻한다는 게 한국 학자들의 설명이다. 여러 이유로 가야에서 쫓겨나거나 이주하게 된 유민들이 파도에 떠밀려 가고시마에 정착했고, 멀리 고향을 바라볼 수 있는 높은 봉우리에 가야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일본 측에서는 "산에 올라 보니 아무것도 없더라고 해서 원래는 '空國岳(공국악)'이라는 이름을 썼다. 발음은 역시 가라쿠니다케다. 나중에 '韓國岳'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미야자키현에 있는 아오시마 신사는 야마사치히코와 도요타마히메를 주신으로 모신 곳이다. 야마사치히코는 <일본서기>에 일본 왕가 계보의 첫 조상으로 나오는 니니기노미코토의 아들이다. 일본 초대 천황인 진무천황의 조상이기도 하다. 니니기노미코토는 하늘에서 '구지후루다케(久士市流多氣)'에 내려왔다고 전해진다. 일부에선 구지는 우리나라의 '구지', 후루는 '마을', 다케는 '봉우리'를 뜻한다고 본다. 그래서 구지후루다케는 '구지봉'을 의미한다면서 니니기노미코토가 가야 도래인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구지봉은 김수로왕의 이야기가 서려 있는 김해의 그 구지봉이다.
남태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