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수살인 김윤석. 쇼박스 제공배우 김윤석이 영화 ‘암수살인’으로 돌아온다. 부산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스크린에 옮긴 이 작품에서 그는 다시 한 번 형사로 변신한다. 그간의 모습과는 다르다. 강렬한 면모과 유연한 자세를 함께 드러낸다. 범인 대신 피해자를 찾고, 드러나지 않은 사건에 온 힘을 다해 매달린다.
김윤석은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암수살인’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일반적인 형사물과는 그 결을 달리 한다”며 “이번 작품에서 보이는 형사의 모습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김태균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윤석 주지훈 등이 참석했다.
영화는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김윤석은 극 중 살인범의 자백을 믿고 암수살인을 쫓는 형사 ‘김형민’을 연기했고, 주지훈은 감옥 안에서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 ‘강태오’를 맡았다.
‘암수살인’은 피해자는 있지만 신고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사건을 말한다. 김윤석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라 이야기가 촘촘했다”며 “형사 역할을 몇 번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간의 모습과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보이는 모습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범인을 중심에 놓지 않고 피해자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일반 형사물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잡혀있는 범인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움직인다. 친구 같이 범인의 한풀이도 들어주고 같이 놀아주기도 한다. 날카롭고 예민한 형사의 모습은 뒤에 감춰야 하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이 작품은 부산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메가폰을 잡은 김태균 감독은 지난 2012년 한 TV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이 사건을 본 뒤 6년 간 준비해 ‘암수살인’을 내놨다. 덕분에 부산 지역에서 ‘올 로케이션’ 촬영해 지역 곳곳의 모습이 담겼다. 부산 출신 배우인 김윤석은 “감회가 새로웠다”며 “자갈치 시장에서의 촬영이 기억에 남는다. 시장이 주는 생동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오랜만에 살아 숨쉬는 시장의 느낌을 듬뿍 받았다”고 털어놨다.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게는 애정을 전했다. 김윤석은 “오랜 시간 합숙하며 촬영했다”며 “너무 편해지고 친해져서 나중에는 할 이야기가 없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주지훈 씨는 드라마 ‘마왕’에서 보여줬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굉장히 매력적인 연기자라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작품에서도 미묘한 어두움과 밝음을 오간다. 순간적으로 스치는 표정까지 잡아내더라”고 극찬했다.
김윤석은 “주지훈 씨와 진선규 씨가 촬영 중 응급실에 갔었다”며 “세트 촬영 대신 올로케이션으로 진행했는데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장소는 현재 쓰지 않는 폐건물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건물에 모기나 쥐, 바퀴벌레 등 아주 다양한 동물과 곤충이 살고 있었다”며 “한기도 엄청나서 여름인데도 뼈가 시릴 정도였다. 두 배우는 저녁 늦게까지 촬영한 뒤 병원에 가서 링겔을 맞고 오더라”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이에 주지훈은 “하수도 근처나 약간 지저분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모기에게도 많이 물렸다”며 “부산 사투리나 캐릭터 표현 같은 부분에 스트레스가 좀 있었나 위경련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기들이 좋아하는 피를 갖고 있어 이번에도 정말 많이 물렸다”며 “아마 내가 나타나는 날은 모기들에게 ‘뷔페’ 날이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작품에 참여한 이유로는 ‘시나리오’와 ‘김윤석’을 꼽았다. 실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웠고, 시나리오의 흡입력이 높았다는 설명이다. 주지훈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김윤석 선배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면서 “거목과 같은 느낌을 받았고, 실제로도 의지를 많이 했다”고 김윤석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부산 사투리 연기가 힘들었는데 김윤석 선배가 많이 도와줬다. 열심히 하면 될거라는 생각으로 덤벼들었는데 생각보다 장벽이 생각보다 크더라. 촬영 전에 거의 매일 연습하고, 촬영 시작하고 난 뒤에도 시간 날 때마다 연습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제작자로 곽경택 감독님이 참여하시는데 부산이 고향이시다”며 “감독님께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김태균 감독은 주지훈의 과감한 도전을 높이 평가했다. 주지훈은 지독한 연쇄 살인마 ‘강태오’를 표현하기 위해 삭발을 감행했다.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는 방법으로는 ‘노메이크업’을 선택했다. 김 감독은 “주지훈 배우가 삭발을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며 “촬영장에 나타났을 때 ‘아, 태오다!’라는 느낌이 바로 오더라.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애정을 전했다.
김윤석에 대해서는 “작품에 대한 이해도, 표현력, 해석력 등이 모두 뛰어난 배우”라며 “실제 형사들에게 형사 연기를 누가 제일 잘하는지 물어봤는데 김윤석 배우라는 말도 들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기존에 각인됐던 강렬한 이미지를 다른 부분에서 그려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두 배우의 호흡을 극찬하며 “저는 이 분들의 연기 합을 확인한 첫 관객인데 정말 예술이었다”며 “‘용호상박’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건들거리며 능글맞게 웃는 주지훈 배우를 보면 용 같았고, 김윤석 배우를 볼 땐 하나의 커다란 호랑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작품의 소재로 ‘암수살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형사의 열정과 집념’을 들었다. 감독은 “사건을 처음 알게 된 다음 날 바로 부산에 내려갔다”며 “당시 수사를 맡았던 실제 형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살인범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끝까지 피해자의 신원과 억울한 죽음을 밝혀낸다. 살인범에 희생되기 전 한 사람에게 집중한 멋진 형사를 영화 속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6년 동안 많은 취재를 거쳐 만든 작품이다”며 ““단순히 형사물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투영돼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반짝반짝 두근두근’ ‘봄, 눈’ 등을 만든 김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 김윤석 주지훈 문정희 진선규 등이 출연한다. 오는 10월 개봉 예정.
남유정 기자 sea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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