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원이 1년 3개월의 공백기를 깨고 새 앨범 [r]로 돌아왔다. 지난해 '역주행 열풍'을 일으킨 'all of my life'가 수록됐던 '0M' 이후 발매하는 첫 앨범이다. 그는 싱어송라이터 답게 전곡을 직접 썼으며, 모든 곡에는 진정성과 애착이 가득 담겨있다.
박원은 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새 앨범 [r] 발매 기념 프레스 쇼케이스를 열었다.
*이날 쇼케이스는 일반적인 미디어 행사와 달리 공연 형식으로 진행됐다. 박원은 오프닝 무대로 자신의 대표곡 'all of my life'를 열창했다. 실제 콘서트 장에서 볼 수 있는 오케스트라 연주와 웅장한 무대 구성이 돋보였다.
박원은 "내가 기자 쇼케이스라는것을 많이 해보진 않았는데 몇 번 해보면서 항상 느꼈던 게 가수가 음악을 소개하는 자리인데 보면은 mr이나 진행상 필요한 노래를 부르는 느낌이다. 여기 계신 기자님들도 일을 하러 오신 것이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감동을 느끼는 것은 다들 같지 않냐"며 "좋게 들으셨는지 여쭤보고 싶지만, 대답을 할 순 없으니까"라고 했다.
새 앨범은 'r'로 시작하는 단어에 초점을 맞췄다. 수록된 여섯곡 모두 ‘re’, ‘real’, ‘ridiculous’, ‘rouge’, ‘rudderless’, ‘rumor’라는 단어를 부제로 달았다.
박원은 "보통은 작업을 하면서 정해져있는 제목으로 곡을 만들기도 하지만, 데모나 가제처럼 따로 부르기 편하게 해놓는 경우가 있다"며 "공교롭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어 놓고 보니까 'r'로 시작하는 단어더라. 굳이 타이틀을 어렵게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물론 본 제목은 다르지만 이렇게 앨범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정규 앨범에 대한 욕심이나 욕망은 항상 있다. 물론 한 곡씩 내는게 대세가 됐지만 계속 들을 수 없는 앨범을 만들지 못하는건 1차원적으로 뮤지션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욕심은 있었다. 이번 앨범을 마음 속으로는 정규 앨범처럼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렇게 하니까 더 곡이 잘 안써지더라. 미니 앨범 형태로 만들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정규 3집 같은 형태다"고 이야기했다.
타이틀곡 '나(rudderless)'에 대해서는 "우연히 극장에서 동명의 영화를 봤다. 영화에 관한 걸 말씀 드릴 순 없지만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영화와 딱 떨어지는 제목이라고 볼 수 없지만 내가 항상 억울하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얘기를 하기도 한다"며 "누군가에게는 내가 가해자일 수 있고 지독히 싫어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항상 내가 피해자이고 어떤 일을 당해서 슬프고 이런 이야기가 아닌, 좀 그래서 들으면 씁쓸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곡을 썼다"며 "제목은 그냥 내 이야기라서 '나'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rudd'는 방향키 이런 뜻인데, less가 붙어서 어쩔 줄 모르는 지휘하는 사람이 없는 형태로 쓰여지더라"고 덧붙였다.
'나(rudderless)'의 마지막 가사는 '왜 두렵고 강한지 이젠 알 것 같은 다짐들이 나의 하루 내 남은 삶은 달라질 수'라며 여운을 주고 끝난다.
박원은 "공감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고 그런 마음에서 가사를 썼다. 그래서 이 노래가 마지막에 결론이 안난다. 내 삶이 달라질 수 있을지 없을지"라며 "나도 작년이 다르고 올해가 다르다. 듣는 이들이 그때 그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인터렉티브 같은 결말로 곡을 썼다"고 했다.
이어 'all my life'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뮤직비디오를 꼽은 후 "그때 너무 예쁘게 찍어주셔서 이번에도 뮤직비디오에 더 신경을 써보려 했다"며 "내가 하는 장르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요계에서 볼 수 없는 시도라고 해야할까"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남자 주인공이 뭔가 나를 숨기고 감춰가고 있다는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어서 얼굴을 가려보자는 생각을 했다. 요즘에는 얼굴을 가리고 노래 부르는 프로가 더 사랑을 받지 않냐. 집중도도 높아지고"라며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한 번 만들어봤다"고 말했다.
박원은 앨범을 통해 평소 일상 생활 속에서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그는 나머지 곡의 메시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모두 자신이 직접 만든 곡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이해도가 높았다.
세 번째 트랙인 'Them(rumor)'는 제목 그대로 소문에 대한 이야기다. 박원은 "내가 누군가를 만나는데 새로운 소문을 만들어내는 그들이 있었고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누군가를 만나면 "왜 쟤를 만나지? 쟤가 아까운데'처럼 나도 누군가를 보면서 그렇게 얘기했고, 내가 누군가를 만날때 그들이 그런 얘기를 하기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특별한 사연이 있었던 건 아니고, 속에 화가 많아가지고 그렇다"고 했고, 쇼케이스 진행을 맡은 개그우먼 박지선은 "한 맺힌 남자의 절규 같은 'Them'이라는 노래를 들어봤다"며 웃었다.
'kiss me in the night(rouge)'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단순하게 만들려 한 노래다. 박원은 "팝이나 전세계로 모두가 하나되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보면 가사의 뜻이나 의미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많은 생각하고 곡을 쓰지만 편안한 노래를 쓰기도 한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정말 아무 생각 안하고 처음 이렇게 나와서 그게 제목이 됐다"고 털어놨다.
'눈을 감아(real)'는 남을 신경쓰지 않고 진짜에 집중하자는 메시지가 인상적인 곡이다. 박원은 "저는 사실 '어떤 음악을 추구하고 어떠한 것들을 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지만 복잡하진 않다. 어릴때부터 팝을 좋아했고 한글 가사지만 들었을때 팝처럼 느껴지는 가요를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며 "이 곡 역시 내가 좋아했던 팝 사운드를 재현하고 싶어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사는 사람들이 뭔가 열심히하고 사랑 받으면 박수를 쳐주지만 자신만의 선이 넘어가거나 더 잘되면 약간 다른 느낌들을 받을때가 있다. 나 역시 그랬던것 같다. 친구가 너무 잘되면 배 아픈..."이라며 "남들 생각하지 않고 눈을 감고 진짜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가사다"고 이야기했다.
또 "물론 앨범 단위로 낼때 트랙리스트에 항상 신경을 많이 쓰기 떄문에 순서대로 들으면 좋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된다. 타이틀만 빛을 보지 않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해 'all of my life'와 '노력'이 차트 역주행을 하면서 주목 받았다. 이번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자연스레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다. 박원은 높은 차트 순위만이 좋은 노래의 기준처럼 비춰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도 '차트 정주행'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박원은 "나도 'all of my life', '노력'으로 역주행이라는걸 비슷하게나마 경험을 해봤다. 지금도 그렇지만 오래 들을 수 있는 음악, 녹음을 할때부터 계속 그런걸 생각한다"며 "자극적으로 뭔가를 작업해서 한 번에 들어올 수는 있지만 노래가 차트에 있고 없고로 수명이 끝나는 게 아니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듣게 만들어야하는 책임감도 있다.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차트에 연연하지 않다는건 다 거짓말이다"며 "한번이라도 차트에 자기 이름을 넣어보는 경험을 했다면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당연히 내가 고민한 노래가 공감하고 높은 차트 순위에 오래 머물렀으면 한다"고 말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느끼는 책임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새 앨범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이 들어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번 앨범 같은 경우는 평균적인 마스터 볼륨보다 하나 두개 정도(핸드폰 기준으로) 더 작게 만들었다. 볼륨이 너무 큰 다른 음악과 경쟁을 해야되고 스트리밍 플레이리스트에도 더 자극적으로 귀에 들어와야 하기 떄문에 비정상적으로 커졌다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음악 자체를 온전히 들어주셨으면하고 듣는 분들한테 볼륨 선택의 여지를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박원은 "내가 내 입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게 부끄럽기는 한데, 내가 듣고 자라온 선배님들은 진짜 특별하고 너무 너무 멋진 아무나 할 수 없는 음악을 만들었다"며 "시대가 많이 변화했고 음악 만드는걸 누구나 하고 사랑받을 수 있지만 곡을 쓰고 음악 만들고 노래까지 다 해내려면 더 많은 고민과 치열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어찌 보면 약간 고통스러울 수 잇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모든걸 다 예민하고 디테일하게 신경 쓸 예정"이라며 "그런 것들을 알아주세요라고 얘기하는 것도 웃기니까 앞으로도 이런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음악에 더 녹여내겠다"고 다짐했다.
박원의 새 앨범 [r]에는 타이틀곡 '나(rudderless)'를 비롯해 '우리(re)', 'Them(rumor)', 'kiss me in the night(rouge)', '눈을 감아(real)', '너(ridiculous) 등 총 여섯 곡이 실렸다. 앨범 전곡은 이날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사진=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상록 기자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