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측 못한 '물 폭탄'… 만반의 고강도 대비책 마련해야

입력 : 2024-07-25 0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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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폭우’ 일상화로 피해 막대해
위험 지역 점검·구조 체계 강화 시급

24일 새벽에 내린 집중호우로 사하구 장림동 도로가 침수된 모습. 부산시소방재난본부 제공. 24일 새벽에 내린 집중호우로 사하구 장림동 도로가 침수된 모습. 부산시소방재난본부 제공.

이상기후가 심화되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극한 호우’가 일상화되고 있다. 24일 오전 2시께 부산에는 시간당 강수량 83.1mm가 기록되면서 ‘하늘에서 폭포수가 쏟아졌다’라는 비명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영도 166.8mm를 비롯해 원도심인 중·서·사하·동구는 150mm에 육박하는 물 폭탄이 떨어졌다. 돌풍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는 이날 오전 2~3시 사이에 집중돼 상당수 시민이 밤잠을 설쳤다. 폭우로 인해 새벽에 사하구 신평동에서 주택이 침수돼 80대 남성이 구조되고, 지하주차장이 무릎까지 물이 차는 피해를 입었다. 119구조대원의 신속한 구조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자칫 위험한 순간이었다.

기상청 예측도 빗나가기 일쑤다. 기상청은 폭이 좁은 장마전선과 물 폭탄을 동반한 저기압 때문에 국지성 폭우 예측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상청은 “24일 새벽까지 부울경 지역에 5~20mm의 비가 가끔 내리겠다”라고 예보했지만, 오전 1시를 기점으로 호우주의보, 오전 1시 30분에는 호우경보로 위험 경고 수준을 연이어 높였다. 30분 사이에 누적 강수량이 30mm 이상이 높아질 정도로, 집중적으로 비가 쏟아졌다는 뜻이다. 이제는 시간당 강수량이 ‘관측 사상 최고치’ ‘200년 만의 폭우’를 기록하는 것은 예사일 정도이다. 잦은 기상 이변으로 한반도도 더 이상 기후 위기의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기후 예보의 정확성 고도화와 함께 재난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시점이다.

특히, 최근 장마전선은 낮에는 소강상태를 보이다, 한밤중에 천둥을 동반한 폭포수 같은 비를 뿌린다. 대피 및 구조가 힘든 야간에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 패턴화되면서, 재난 대책 기준을 높이지 않으면 인명·재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이다. 2020년 7월 초량동 제1지하차도의 침수와 3명 사망, 2022년 포항제철소 침수 참사도 모두 야간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시간당 50mm 비가 내리면 시야 확보가 어렵고 100mm 이상이면 인공구조물 파손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재난 당국은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이 인간의 예측과 경험 범위를 벗어나고 있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영도에 내린 집중 호우가 2~3시간 이상 지속하면 도시 기능이 마비되고, 감당 못 할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예측 못한 물 폭탄이 연례행사처럼 일상화됐다면,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부산시와 일선 구·군청은 재난 대비 역량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침수가 잦은 지역과 취약 시설물의 안전을 점검·보강하고 초기부터 신속히 대처해 비 피해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지하차도, 아파트 지하주차장, 반지하 주택, 저지대 주택가, 옹벽 등 위험 지대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재난에 대비해 주민 대피와 인명 구조 등 재난 구조 체계에도 예산과 인력 확대가 시급하다. 기상 이변의 시대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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