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낙동강 하구에 허황옥 청동상을 세우자

입력 : 2024-07-25 18: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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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균 (사)서부산경제발전연구원 이사장 인제대 명예교수

인구 328만 명(2024년 5월 기준)의 부산광역시는 산하에 16개 구·군을 두고 동부산(금정구· 기장군·수영구·해운대)과 서부산(강서구·북구· 사상구·사하구) 그리고 나머지 8개 구의 중부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서 간 길이는 기장군에서 가덕도에 이르는 직선거리로 약 53km다.

서부산 인구(2024년 5월 기준)는 91만 명 정도로 동부산 94만 명과 비슷하고 일 인당 지역 내 총생산 GRDP(2021년 당해년 가격)는 서부산이 3585만 원으로 동부산 2484만 원의 1.4배 정도이다. 이는 신흥 산업단지가 많은 강서구가 서부산 전체 GRDP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의하면 전국 250개 시·군·구 65세 이상 인구 비중 고령화 속도는 최근 7년(2015~2022) 동안 전국 평균이 0.677이며 부산광역시는 0.968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특히 서부산은 사하구가 1.236(전국 6위), 사상구 1.220(전국 7위), 북구 1.156(전국 13위)로 급속히 노쇠화되어 가고 있다. 서부산은 동부산에 비해 젊은 층 인구의 유입보다는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며 주거환경, 교육, 의료, 유통, 문화, 양질의 일자리 등의 낙후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서부산 간 격차의 원인은 구조적 요인뿐 아니라 동부산 편중 개발정책 탓이며 동서 간 불균형 성장은 광역시 전체 발전에도 저해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관광 문화적 차원에서 동서 간 격차는 상당하다. 동부산은 해운대, 광안리 등의 세계적 관광명소와 오시리아 동부산 관광단지의 테마파크형 관광자원이 있다. 한편 서부산은 바다 중심인 동부산과 달리 남해바다로 이어지는 낙동강과 서낙동강이 있으며 이러한 강 문화를 적극 개발해 볼 필요가 있다.

서부산은 김해·양산시와 연접해 있고 철의 제국이며 한때 동북아 교역의 중추로 알려진 가락국(금관가야)의 유구한 역사적 유산도 가지고 있다. 가락국은 1~3세기 전반기 가야의 맹주국이며 김수로왕이 인도 아유타왕국에서 바다 건너 서낙동강 녹산 송정부락에 도착한 16세 허황옥(허왕후)을 친히 영접했다는 신화적 전설의 스토리가 있다.

자고 나면 하루가 다르게 무서운 변화가 일어나는 지금의 정보기술(IT)시대 다음에는 과연 어떠한 시대가 올까? 세계적 미래연구소들은 상상력이 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기술이 평준화되면 세계 어느 곳에서 생산하든지 제품의 품질 경쟁력은 서로 비슷해지고 제품에 어떤 스토리를 입히는지가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랑겔리나 해안바위에 설치한 높이 1m 남짓한 보잘것없는 인어공주상은 연간 수백만 명의 세계적인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왕자를 만나기 위해 마녀에게 자신의 영혼까지 저당 잡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만다는 안데르센의 애잔한 명작 스토리 덕분이다. 강서구 녹산 앞 바다 대마등에 혼수품 쌍어문(태양신의 고기 두 마리가 마주 봄)을 안고 있는 허황옥 청동상을 세운다면 많은 인도 관광객을 유치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외 관광객을 하루 정도 묵고 가게 하기 위해서는 야간에 가야문화 소재의 연극 또는 뮤지컬도 좋을 것이다. 관광코스로 서편 서낙동강의 불암동 장어마을 먹거리와 함께 강 주변에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조성하고 낙동강과 서낙동강을 오가는 유람선 운행은 어떨까. 수심이 얕은 서낙동강에는 소형 투어 보트가 적합할 것이다.

서부산권은 조성 중인 에코델타시티를 따라 을숙도 철새도래지와 다수의 생태공원들이 있고 두 줄기 낙동강에는 가야의 역사가 오늘도 말없이 흐르고 있다.

서부산권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서는 한국수자원공사의 하굿둑 상시 개방 문제가 선행되어야 하고, 연관 지자체 간 열린 마인드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부산권 주민들의 지역 역사 관광 문화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열정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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