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 만연한 ‘똥떼기 관행’을 악용해 노동자 임금 수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울산 경찰에 검거(부산일보 11월 5일 자 11면 보도)되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건설 현장 임금 중간 착취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똥떼기는 팀 단위로 일하는 건설 노동 특성상 팀장이나 속칭 오야지가 노동자 일당에서 일정 부분을 임의로 떼거나 임금을 주고는 다시 일부를 돌려받는 행위를 말한다.
경찰과 고용노동청 등 관련 당국은 건설 현장 중간 착취 문제를 예의주시하면서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부산에서도 임금 중간 착취 신고가 이뤄져 부산시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이 조사에 나섰다. 6일 부산시와 진보당 윤종오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부산 중구 오페라하우스 신축 공사 현장에서 시공사 하도급업체인 A사의 한 중간 간부가 근로자 일당 일부를 다시 돌려받았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인물이 팀원 10여 명을 대상으로 일당 2만~4만 원을 개인 계좌로 입금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부산노동청은 이날 오전 현장 조사를 진행, 현장 근로자 70여 명을 면담했으며, 정확한 사건 경위와 피해 금액 파악에 나섰다. 부산노동청 관계자는 “중간 착취 등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중”이라며 “혐의점이 발견되는 대로 수사기관 고발 조치 등 합당한 행정처분을 하고 진상을 파악해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다. 앞서 부산시에도 두 차례 진정이 들어왔고, 당시 시는 시공사 등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행정지도를 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근로자 노무비 중간 착취 등에 대한 근본적인 방지 대책을 수립토록 안내문을 발송했고, 향후 유사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설 현장에 대한 모니터링 등 관리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 노동자 임금 중간 착취 문제는 최근 경찰 수사로 다시 불거졌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울산 한 플랜트업체 팀장 B(50대) 씨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현장소장 C(40대) 씨는 사기방조와 배임수재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허위근로계약서에 서명하고 팀장에게 임금을 건넨 노동자 89명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B 씨 등 팀장 2명은 경기도의 한 공장 건설 현장에서 2019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4년 6개월 동안 676회에 걸쳐 노동자 임금 3억 8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번 사건에도 똥떼기 수법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 등은 노동자를 채용하면서 임금을 부풀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자신들이 속한 플랜트업체를 속여 공사비를 타내 임금을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으로 그동안 건설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임금 중간 착취가 범죄라는 인식이 퍼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경찰과 고용청도 전국 건설 현장에 불법 ‘똥떼기’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및 점검을 펼친다는 방침을 세웠다. 부산고용노동청 노사상생지원과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 관습적으로 이어져온 임금 중간 착취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유사 사례가 있을 경우 적극 제보해 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