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구치소와 부산교도소 통합 이전 권고안이 발표된 지 꼬박 1년이 됐지만 권고안에 담긴 주민 소통과 지원안 마련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합 이전 대상지인 강서구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만 부산시도 이들을 설득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교정시설 통합 이전안 마련으로 사업 첫발을 떼고도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부산구치소와 부산교도소 통합 이전 문제가 다시 부산의 난제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부산시에 따르면 오는 23일 부산 교정시설 통합 이전 권고안이 발표된 지 1년이 되지만 후속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초 권고안에는 통합 이전 대상지인 강서구 주민 의견을 수렴해 보상안과 지원안을 마련하고 법무부와 협의한 뒤 후속 절차를 이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산시는 지난해 5월 시민 단체 대표, 분야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부산 교정시설 입지선정위원회’를 꾸려 교정시설 이전 추진을 본격화했다. 입지선정위는 시민 여론조사와 토론회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강서구 대저동에 위치한 부산교도소와 사상구 주례동에 있는 부산구치소 등 지역 내 교정시설을 강서구 대저동 남해고속도로 북쪽 40만㎡ 부지로 통합 이전하는 안을 권고했다.
권고안을 내놓은 부산시가 강서구와 소통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일로 꼽히지만, 지역 주민 반발이 높다는 이유로 소통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강서구는 부산시 입지선정위의 권고안이 실체와 효력이 없다며 여전히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형찬 강서구청장은 “입지선정위의 권고안은 법적 근거도 없고 여전히 논의할 대상도 아니다”며 “주민과 약속한 대로 통합 교정시설이 들어올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대로 사상구는 지지부진한 사업 속도에 답답해하고 있다. 당장 교정시설 통합 이전에 대한 실마리를 찾지 않으면 2026년 지방선거 뒤로 논의가 밀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가 사업을 추진한 만큼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병길 사상구청장은 “권고안이 발표된 지 1년이 됐지만 아직도 구치소 이전 소식이 없다”며 “입지선정위원회 권고안을 수용하겠다는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시가 권고안만 내놓고 통합교정시설 이전 사업을 추진하지 않자 지역 갈등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형찬 강서구청장과 조병길 사상구청장은 낙동강협의회(경남 양산·경남 김해·강서구·북구·사상구 사하구)와 서부산발전협의체(강서구·북구·사상구·사하구)가 결성되고 서로 만남이 잦지만,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교정시설 통합 이전에 대해선 서로 말을 아낀다는 후문이다. 두 지자체가 예민하게 생각하는 지역 현안인 만큼 해결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시 관계자는 “통합 교정시설 이전 대상지인 강서구 주민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고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민 소통과 지원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협의 과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