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두 사령탑이 일주일 간격으로 부산 의원들을 만난다. 당정이 지난달 부산 현안과 관련된 입법에 대해 강한 추진 의지를 드러낸 바 있는 만큼 이 자리에서 과연 구체적인 전략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19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오는 28일 부산 의원들과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갖는다. 지난달 16일 치러진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데에 대한 감사 인사 차원이라는 게 당 대표실의 설명이다. 이 자리에는 지역구 일정 이유로 불참하는 1~2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21일에는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부산 의원들 간 오찬이 서울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여당 투톱인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가 부산 의원들을 연달아 만나면서 지역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내외 대표가 의원들을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만나는 통상적인 회동이지만 지난달 29일 국민의힘과 정부가 민생 입법 과제 점검 당정협의회를 통해 부산 주요 현안들을 정기국회 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라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당정은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골자로 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산은법 개정안) 외에도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을 위해 필요한 기반 조성과 특례 등을 담고 있는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허브도시 특별법)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처분을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고준위 특별법) 등을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다만 이들 모두 입법 사안이라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만큼 두 차례의 회동에서 더불어민주당 등을 설득할 수 있는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여소야대 구조에서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도움 없이는 국회 문턱을 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인 까닭이다.
그나마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처리 의지에 뜻을 모았던 고준위 특별법의 경우 여야의 대치 정국이 풀리면 급격히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부와의 조율이 모두 끝난 허브도시 특별법의 경우 민주당이 현재 행안위에 상정된 전남특별자치도법, 전북특별자치도법, 경기북부특별자치도법 등 6건의 특별자치도법 외에도 최근 발의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서귀포시의 설치 등에 관한 법안’ 등과도 연계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산은법 개정안의 경우 당정이 지난해부터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제대로 된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조차 못한 상황이다.
부산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반대가 강한 산은법 개정안의 경우 지도부 차원에서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허브도시 특별법은 정부와 세부 조율이 끝난 상태이며 고준위 특별법도 이미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 국민의힘 의원들도 개별적으로 최선을 다하겠지만 지난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 사수에 기여한 부산을 위해 지도부에서도 특단의 카드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 자리에서 두 대표가 그간 의지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18석 중 17석을 휩쓸어 간 22대 국회의원 선거와는 다른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이 그간 부산에 많은 것을 해 주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실질적으로 진행이 이뤄진 것은 없다”며 “22대 국회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넘은 만큼 이제는 실적으로 증명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