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형 판교 테크노밸리’라는 청사진을 내세우며 추진 중인 해운대구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이하 센텀2지구) 조성 사업이 방산업체 (주)풍산의 이전 문제에 발목을 잡혀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풍산의 이전 작업이 지체될수록 공사채 이자 비용으로만 매년 수백억 원을 내야 할 판인데, 땅값과 공사비마저 급속도로 오르고 있어 자칫하면 조성원가가 판교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19일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도시공사는 최근 센텀2지구 조성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에 공사채 발행을 신청했다. 향후 현장 실시조사 등의 과정을 통해 정확한 공사채 발행의 규모 등이 결정되는데, 이 사업을 위한 공사채 규모는 약 1조 46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신용도를 고려할 때 부산도시공사의 공사채 발행 금리는 3.5~3.8%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가능성이 높은 금리는 3.6% 안팎인데 이를 가정하면 단순 계산해도 공사채로 인한 연간 이자 비용만 525억 원이 넘는다. 가장 큰 걸림돌인 풍산 이전 문제로 사업이 지체된다면 해마다 500억 원 안팎의 공사채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센텀2지구는 사업비 2조 411억 원을 들여 스마트 선박, 로봇·지능형 기계, 정보통신(IT) 등 혁신 산단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가운데 풍산 이전·보상 작업은 전체 사업비 중 약 40%인 8300억 원가량이 쓰일 정도로 비중이 높다. 더군다나 이는 풍산 이전이 순조롭게 이뤄졌을 때를 가정해 책정된 예산이고, 지금처럼 이전 사업이 지체된다면 천문학적인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
첫발을 내딛었다고 기대했던 풍산 이전 문제는 여전히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2월 풍산과 센텀2지구 조성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난제를 해결하는 듯 보였으나 이전 부지에 대해 아직까지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시는 최근 후보지를 2곳으로 압축해 연내 결정을 목표로 풍산과 협상을 하고 있지만 별 소득이 없는 상태다. 양 측의 실무진들은 예상 후보지를 대상으로 시설물 배치나 건물 사이의 간격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차원의 작업이다. 게다가 풍산은 새 부지에 공장 가동을 위한 설비와 인프라가 모두 갖춰진 이후에서야 이전 작업을 시작할 터라 앞으로 몇 년이 더 소요될지 쉽게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센텀2지구 조성 사업은 국·시비 지원 없이 도시공사가 공사채 발행과 자체 재원 조달로 추진한다. 금융 비용은 물론이고 공사비와 땅값이 매년 급증하고 있는 탓에 도시공사는 추가 공사채 발행을 통해 이를 조달할 방침이다. 부채 비중이 높아진다면 도시공사가 그만큼 신규 사업이나 시민들의 주거 복지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다.
게다가 이 같은 비용 상승은 산단이 분양할 때 결정적인 변수인 조성원가에 녹아들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평당 1870만 원 수준인 제3판교 테크노밸리 수준으로 센텀2지구의 조성원가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부산의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서울 강남을 지척에 둔 판교와 비슷한 조성원가를 산출하게 된다면 센텀2지구가 무슨 경쟁력을 갖겠느냐”며 “특정 사업자에 끌려다니며 허송세월 한다면, 이는 결국 부산 시민의 손실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