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대대적인 빈집 정비에 나선 데 이어 부산시의회도 소규모 정비 사업의 문턱을 낮췄다.
부산시의회는 건설교통위원회 국민의힘 이복조(사하4) 의원이 대표발의한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조례 개정안’을 지난 17일 325회 정례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의원은 “개정된 법령에 따라 노후불량 건축물의 수를 완화하여 신속한 정비를 활성화하고, 주민이 소규모 주택 정비 관리계획을 제안할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을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부산일보〉는 ‘부산 빈집 SOS’ 기획을 통해 인구 소멸로 폭증세를 보이는 빈집 문제를 진단했다. 이를 통해 정부와 부산시의 부실한 빈집 관리 실태를 고발하고 빈집 문제의 골든타임과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부산시는 지난달 혁신 대책을 마련하고 빈집 밀집구역 내 소규모 주택 정비 사업 추진할 경우 철거비를 지원하고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이에 발맞춰 부산시의회도 상위법인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에 따라 조례안 개정에 나선 것이다.
이 의원이 개정한 조례안의 핵심은 △주민이 직접 관리계획 제안 △노후불량 건축물 비율 단서 조항 삭제 △이해관계자 동의율 명시, 총 세가지다.
기존에는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이라할지라도 관리계획은 토지주택공사가 주체가 되어 지자체장에게 제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위법과 조례안 개정으로 이제는 주민이 관리계획을 수립해 직접 지자체에 제안할 수 있게 됐다. 또,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던 소규모 주택 정비 사업과 이해관계자 동의 비율도 ‘토지 등 소유자의 60% 이상 혹은 토지 면적의 2분의1 이상’으로 못을 박고 제안서 등의 서식도 신설했다. 이해관계자 동의율만 60%를 넘기면 주민이 직접 관리계획을 세워 소규모 정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더불어 개정 조례안은 특례법 시행령에서 사라진 소규모 주택 정비 관리지역 노후도 요건을 삭제했다. 노후도 비율을 관리지역인 경우 일괄 50%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종전까지는 관리지역이라도 정비사업을 시작하려면 노후도 비율이 조례가 정한 57%를 넘어서야만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특례법 시행령에 이어 시의회 조례안까지 개정되면서 가로주택정비사업, 자율주택정비사업, 소규모재개발사업을 주민이 직접 제안하는 게 가능해졌다”면서 “노후 주택 정비가 활성화되면 빈집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특례법과 조례안 개정이 이어지자 일부 구청에 주민들의 관리계획 수립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의원의 이번 개정 조례안은 빈집이 모여있는 원도심 등 노후주택가의 주거환경 개선에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조치다. 그간 상위법과 충돌하는 노후도 비율을 완화하고 이해관계자 간 조정을 쉽도록 해 민간 주도의 빈집 문제 해결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기존에는 정비사업의 첫 허들 격인 노후도 비율이 상위법보다 높고, 이해관계자 동의율이 모호해 빈집 문제가 심각함에도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
주민이나 이해관계자가 소규모 주택 정비 관리계획을 제안할 때 필요한 서류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서식까지 신설한 것도 보다 빠르고 정확한 사업 추진을 위한 조치다.
이 의원은 “이번 조례 통과로 관리계획 수립을 위한 절차를 구체화해 부산의 빈집 문제 해결과 노후주택 정비가 한층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모두가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