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30억 원’이라는 단일 기준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이하 소비쿠폰) 사용처를 가르면서, 일부 외식·유통업체가 소비 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사용처 제외가 곧 ‘가지 말아야 할 곳’이라는 인식으로 번지며 매출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에서 대형 음식점을 운영하는 A업체는 지난 7월 법원의 최종 회생 인가를 받고 재기에 나섰다. 그러나 소비쿠폰 시행 첫날부터 하루 20~30통씩 걸려온 전화의 대부분은 “민생쿠폰 되나요”였다. 며칠 후 문의는 끊겼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이는 해당 매장을 ‘쿠폰 안 되는 곳’으로 인식해 아예 찾지 않는다는 신호였다. 일부 고객은 매장 간판 사진에 ‘민생쿠폰 NO’ 문구를 붙여 온라인에 공유했다.
A업체 대표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조금씩 오르고 있었는데, 소비쿠폰 시행 직후 곧바로 꺾이면서 매출이 30~40% 줄었다”며 “정부가 ‘이 집 가지 마세요’라고 공표한 것 같은 효과”라고 전했다.
이 업체는 과거 직원 200명 이상을 고용하며 대통령상, 지방자치단체 표창 등 각종 상을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로 5년 연속 수십억 적자를 기록했고, 임차료·인건비·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출 이자 부담까지 겹쳐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회생 이후에도 고용 유지와 지역 세금 납부를 이어왔지만, 이번 정책에서는 제외됐다.
일부 소비자는 소비쿠폰 제외 업소를 ‘장사가 잘 돼서 지원이 필요 없는 집’으로 인식하지만, 실제로 규모가 큰 매장은 고정비 부담이 커 매출 규모만으로 경영 여건을 가늠하기 어렵다.
A업체 대표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나 편의점은 쿠폰 사용이 가능해 실질적인 혜택이 본사로 가는데, 지역 기반 중소기업은 배제되는 역설적인 구조”라며 “단순 매출 기준보다 대기업 계열사 여부, 지역 경제 기여도, 순영업이익 등을 고려한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우 전문점 B업체도 소비쿠폰 사용처 제외 이후 매출이 30% 넘게 줄었다. 매장 규모가 150~200평이면 연 매출 30억 원은 넘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지만, 현 기준에서는 ‘규모가 큰 사업체’로 분류돼 지원에서 빠졌다. B업체 대표는 “사용처 제외가 곧 소비 배제 기준이 됐다”며 “수년간 품질과 서비스를 높이며 고용을 지켜왔는데 절망감이 크다”고 호소했다.
업체들은 ‘쿠폰 불가’가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우려한다. 이들은 이러한 ‘낙인 효과’가 지역사랑상품권에도 동일하게 작용하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중앙정부 지원이 확대되며 발행액이 늘 것으로 보이지만, 사용처 요건이 ‘연 매출 30억 원 이하’로 같다.
업계에서는 “지원 취지와는 반대로 지역 경제의 한 축을 잃게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