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부산 벡스코 제3전시장 입찰 포기는 지역 숙원 사업인 가덕신공항 공사를 위기에 빠뜨린 무책임한 행태를 따져볼 때 당연한 귀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역 사회와 정치권은 법적 조치와 손해 배상까지 거론하며 비판 공세를 이어간다. 정부는 현대건설에 대한 법적 검토를 계속하면서도 가덕신공항의 재추진을 위한 후속 일정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19일 부산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벡스코 제3전시장 건립 공사 입찰에 참여하기로 하고 입찰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벡스코 제3전시장은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2500억 원 규모의 부산 대표 공공사업이다.
현대건설은 앞서 1998년 제1전시장, 2009년 제2전시장 공사를 맡았고, 현대건설과 한국조선해양, 현대종합상사로 구성된 현대 컨소시엄이 부산시에 이어 벡스코의 지분 31.5%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주관사로 참여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의 수의계약을 맡기로 하고서는 일방적으로 정부 입찰 조건을 어기고 급기야 컨소시엄 이탈과 공사 불참을 선언하면서 현대건설에 대한 책임론이 불붙기 시작했다.
실제로 국책사업인 가덕신공항 건립 사업이 차질을 빚는 상황의 단초에는 현대건설이 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지난 4월 말 계약 조건(7년)을 어기고 공사 기간 9년을 반영한 기본설계를 제출하면서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가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기본설계가 국가계약법에 맞지 않다고 보고 보완을 요구했지만, 현대건설 측은 안전을 위해 공기 연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이를 거부했다. 이어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의 다음 입찰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토부는 지난 6월에야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 절차를 공식 중단했고, 사업 정상화를 위한 후속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일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부 약속대로라면 가덕신공항을 지난 6월 착공해 2029년 조기 개항한다는 목표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과 정부가 수립한 기본계획 용역을 거친 국책사업을 두고 근거 없는 공격도 재연됐다.
이 때문에 부산시와 정치권은 지역 숙원 사업을 외면해 놓고 지역의 또 다른 ‘알짜’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현대건설의 행태를 두고 부산 시민을 우롱한다는 비판이 갈수록 높아졌다. 국가계약에서 입찰 조건을 위반한 전례가 없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라 제기됐다. 국가계약법상 부정당업자는 최대 2년간 모든 국가계약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경남 김해을) 의원은 지난달 21일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 등이 주최한 ‘가덕신공항 해법 찾기’ 강연회에 참석해 “국가계약법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국가 공권력을 무시하고 부울경 시도민을 농락한 현대건설에 대해 적법 절차에 따라 부정당업자로 지정, 공공 입찰에 참여를 제한하는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최인호 전 의원 또한 “현대건설의 일방적이고 불법적인 가덕신공항 사업 포기로 착공이 1년 6개월 이상 늦어질 우려가 현실화됐다”며 신속한 재추진을 촉구했다.
부산시의회는 지난달 29일 시의원 46명 전원 명의로 현대건설을 모든 국가와 지방계약 입찰에서 배제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앞서 부산시도 국토부에 현대건설을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달라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했다.
한편 정부는 현대건설에 대한 제재 조치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민주당 민홍철 의원의 질의에 “현대건설과 관련한 문제는 기획재정부에서 계약법에 근거해 조치를 어떻게 할지 법적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또 가덕신공항의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84개월 턴키 방식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서 자세한 과정을 조사 중인데 연내 입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