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 혈당 공포? 식습관 올바르면 걱정 없다

입력 : 2025-09-06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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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스파이크 오해와 진실

혈당 수치의 급격한 변동 현상
몸이 보내는 민감한 신호일 수

‘총천연색’ 밥상 식사 균형 도움
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서로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중요
영양제 복용, 전문가 상의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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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스파이크’ 불안의 시대다. 연속혈당측정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SNS를 중심으로 혈당 스파이크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자 일반인들도 혈당 변화에 크게 민감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식후 혈당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혈당이 오르는 것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급격하게 변화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혈당이 얼마나 요동치느냐가 관건

‘혈당 스파이크’는 학술 용어가 아니다. 식후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고 다시 급격히 떨어지는 혈당 그래프 모양을 보고 스파이크라는 단어가 붙었다. 프랑스 생화학자 제시 인차우스페의 개념으로 널리 알려졌다. 28년간 혈당을 연구하고 환자를 만나온 서울대병원 조영민 내분비대사내과 교수가 최근 내놓은 저서 <혈당 스파이크 제로>에 따르면 의학계에선 ‘글루코스 익스커션’이라 부르는데, 혈당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급격히 변동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혈당이 얼마나 요동치느냐다. ‘혈당 스파이크’에 대한 학계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지만, 조 교수는 여러 국내외 연구를 토대로 당뇨병이 없는 사람이 공복 혈당에 비해 식후 혈당이 50mg/dL이상 오르거나 식후 혈당이 140mg/dL이상 상승하면 혈당 스파이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일반인의 데이터 대부분은 정상적인 식후 혈당 반응인 셈이다. 조 교수는 “혈당 스파이크가 당뇨병의 원인인지, 당뇨병이 생기는 소인을 가진 사람이 보이는 결과인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혈당 수치 하나로 건강의 전부를 판단하려는 시도는 과도한 일반화”라고 부연설명했다.

식후 혈당 수치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지만 몸에서 보내는 중요한 신호라는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일본의 저명한 비만·당뇨병 전문의로 교토부립의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시마바라병원 비만·당뇨병 센터를 맡고 있는 요시다 도시히데 센터장은 저서 <약 없이 혈당 낮추는 양배추 식사요법>에서 혈당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혈관 손상을 우려한다. 혈당이 급변하면 세포를 손상시키는 유해물질인 활성산소가 대량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동맥경화 뿐만 아니라 심근경색, 뇌경색 발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혈당의 지나친 급상승은 인슐린 과다 분비를 야기하는데, 뇌에 알츠하이머 치매 원인이 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물질이 축적될 수 있다.

 

식사법만 바꿔도 혈당 조절 가능

전문가들은 식습관만 바꿔도 식후 혈당 수치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힌다. 조 교수는 ‘총천연색’ 원칙을 밥상에 적용해 볼 것을 추천했다. 라면을 끓이더라도 파와 콩나물을 넣고 노란 달걀을 깨뜨려 넣는 식이다. 치킨을 먹는다면 샐러드를 추가해 보고 병아리콩의 노란색에 토마토의 붉은색, 양상추의 녹색을 섞어 주면 보기도 좋고 영양소 균형도 좋아진다는 설명이다.

요시다 센터장은 ‘식전 양배추 먹기’로 혈당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매일 식전에 생양배추 6분의 1개를 5cm 크기로 큼직하게 썰어 ‘천천히’ 먹는 것이 포인트다. 싫증 나지 않도록 레몬즙이나 폰즈 소스, 매실 맛 소스 등을 취향에 따라 뿌려 먹을 수도 있다. 병아리콩이나 고구마, 방울토마토, 불린 미역 등을 올리고 소스와 곁들여 먹어도 좋다. 식전 양배추를 먹고 세 끼 식사마다 식사 시작 후 30분 뒤부터 스쿼트나 걷기 등 가벼운 운동을 하는 1일 프로그램도 참고해 볼만하다.

현직 약사이자 유명 유튜버 ‘오징어약사’로 활동 중인 김선영 퀀텀엔에스 이사는 저서 <혈당 블로킹>을 통해 올바른 거꾸로 식사법을 강조했다. 거꾸로 식사법의 핵심은 채소로 시작하되 단백질을 탄수화물보다 먼저 먹는 것에 있다. 단백질에 포함된 아미노산 가운데 류신은 췌장의 베타세포를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도와 혈당 조절에 유익하다. 류신이 풍부한 식품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구하기 쉬우면서 맛도 좋은 것이 ‘계란’이다. 식사 전에 삶은 계란 1~2개를 먹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도 필수

식습관뿐만 아니라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도 식후 혈당을 낮추는 필수 요소다. 명상 등으로 감정을 조절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줄여 수면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 조 교수는 일단 5분 걷기라도 시작해 볼 것을 조언했다. 눕거나 앉아 있는 것 외의 모든 활동이 식후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식사, 운동, 수면시간, 스트레스를 간단히 노트에 적어보며 모니터링해볼 것을 추천했다. 기록을 통해 어떤 부분이 약한지 파악하고 무엇을 바꿔야 할지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시다 교수 역시 흐트러진 생활습관부터 바로잡을 것을 강조했다. 아침에 햇볕을 쬐고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으며 취침 전에 스마트폰 등의 화면을 보지 않는다는 식이다. 요시다 교수는 의자에 앉아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을 여럿 소개하며 시간날 때마다 틈틈이 움직일 것을 제안했다.

영양제 복용은 어떨까. 김 이사는 “영양제로 얻을 수 있는 혈당 조절 효과는 운동, 식습관 개선과 비교하면 10% 이하”라며 영양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먹은 음식을 에너지로 바꿔주는 비타민B군이나 뼈 건강의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D는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지만 식습관과 생활습관 개선을 소홀히 하면 영양제 복용이 되레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 역시 식품이나 건강보조제의 효과는 미지수라고 밝힌다. 조 교수는 “혈당 조절을 위해서는 반드시 담당의와 상의해야 한다”며 “애매한 건강기능식품보다는 처방약 복용이 훨씬 효과적이고 안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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