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두나무 '깜짝 합병'… 디지털 업계 지각변동 신호탄?

입력 : 2025-09-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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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 앞 위기의식 '빅딜'
제휴 넘어 주식 교환 큰 그림
차세대 디지털 금융 핵심 분야
스테이블코인 ‘최상의 조합’
성공적 합병 땐 시장에 충격파
두나무 주주들 지지가 관건
네이버파이낸셜 상장도 관심

경기 성남시 판교동에 위치한 네이버 그린팩토리(왼쪽)와 두나무가 운영 중인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네이버·두나무 제공 경기 성남시 판교동에 위치한 네이버 그린팩토리(왼쪽)와 두나무가 운영 중인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네이버·두나무 제공

네이버와 두나무의 깜짝 합병 소식은 업계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과 테무 등 중국발 C커머스 저가 공세가 위기의식으로 다가온 네이버에는 두나무와의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국내 최대 간편결제와 가상자산 시장을 보유한 두 회사의 이번 ‘빅딜’은 기존 금융산업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AI 열풍·C커머스 공세에 ‘승부수’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포괄적 주식 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가 되는 방식이다. 네이버로 보면 두나무는 손자회사가 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 주주가 두나무 송치형 회장, 2대 주주는 네이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적으로는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가 되지만, 최대 주주는 송 회장이 되면서 네이버파이낸셜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분석이다.

네이버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대주주 지위까지 내려놓고 송 회장 영입에 나선 배경은 네이버를 둘러싼 위기의식으로 풀이된다. 검색과 e커머스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네이버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경쟁사인 구글은 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750억 달러(한화 약 100조 원) 투자를 공언하고, 중국에서는 ‘가성비’를 앞세운 생성형 AI 딥시크로 생태계에 균열을 내고 있다. e커머스 경쟁자도 만만치 않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발 C커머스(차이나·이커머스 합성어) 저가 공세로 산업 전반의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다. 사실상 두나무와의 합병은 이 의장의 ‘승부수’로 평가된다.

양사의 이번 빅딜은 이 의장의 제안을 송 회장이 수용하면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선후배 사이로 막역한 두 수장이 공감대를 형성하자 양측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절차에 착수했다. 양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하는 등 신뢰 관계를 쌓은 바 있다. 앞서 두나무가 소유 중인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분 70%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단순 제휴를 넘어 지분 관계를 통해 더 큰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는 신호탄이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독보적 위치 확보

특히 차세대 디지털 금융 핵심으로 꼽히는 ‘스테이블코인’ 분야에서 양사는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 사업 모델을 구상해 왔다. 네이버의 국내 최대 결제 인프라와 두나무의 가상자산 유통 노하우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에 있어 최상의 조합으로 평가받고 있다. 결제·쇼핑·가상자산을 아우르는 ‘슈퍼 금융 앱(App)’이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이번 주식 교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기존 금융시장에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네이버페이 이용자는 네이버 쇼핑을 통해 물건을 사고 간편하게 결제하고 있다. 업비트의 가상자산이 결합되면 이용자는 쇼핑으로 적립한 포인트를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보유한 가상자산을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전환해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 두나무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네이버가 수십만 개에 달하는 네이버페이 결제망을 통해 유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청사진이 실현된다면 디지털‘자산’은 ‘화폐’로서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두나무 ‘나스닥 상장’ 속도 내나

다만 빅딜이 완성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포괄적 주식 교환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다. 주총에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두나무 주주의 지지가 없이는 빅딜이 완성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는 양사의 주가에서도 온도 차가 극명했다. 빅딜 소식이 전해진 지난 25일 네이버 주가는 코스피 시장에서 11% 넘게 폭등했다. 반면 두나무 주가는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13% 이상 급락했다. 두나무 주가가 하락했던 가장 큰 요인으로는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두나무의 독자적인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포괄적 주식 교환 이후 네이버파이낸셜의 상장 추진 여부다. 그간 시장에서는 두나무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검토 중이란 후문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하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와 낮은 기업가치 평가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 상장이 국내 증시로 추진된다면 중복상장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기에 네이버웹툰의 나스닥 상장처럼 해외 상장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빅딜이 성사된다면 국내 금융권 재계 순위가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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