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이중화 시스템’ 미비가 국가 전산망 마비 불렀다

입력 : 2025-09-28 18: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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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난 대전 아닌 지역 분원
‘백업’ 있지만 바로 활용 못 해
재난 때 대체 ‘쌍둥이’ 시스템
정부 기관 대다수 갖추지 않아
“행정 시스템 기초 대비 안된 것”

28일 우체국의 한 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 입·출금, 이체 등 금융 서비스 중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28일 우체국의 한 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 입·출금, 이체 등 금융 서비스 중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국가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정보 시스템 이중화 체계 구축이 미비한 게 사태를 키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운영관리 도구 이중화 공백이 ‘카카오 먹통 사태’를 일으킨 것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사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발생한 화재로 국정자원 대전 본원에 있는 정부 전산 시스템 647개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정부는 직접적인 피해를 본 전산 시스템 96개를 제외한 나머지 551개 서비스 복구에 우선 나섰지만, 주말 동안 다양한 부분에서 시민 불편은 지속됐다.

전산실에 불이 나도 이중화 체계가 구축됐다면 주말 동안 행정 서비스가 마비되진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대전이 아닌 지역 분원 등에 데이터 백업을 해뒀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백업 데이터를 화재 이후 곧바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센터 간에 백업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데이터를 돌릴 시스템 장비가 있어야 한다”며 “예산 측면에서 관련 장비 여유분을 갖추는 게 빠듯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서버, 네트워크, 냉각 장치 등 각종 시스템과 시설을 이중화하지 못한 결과로 꼽힌다. 다른 지역에 복구를 위한 이중화 체계(클라우드 DR)를 마련했다면 이번처럼 대전 본원에 문제가 생겨도 빠르게 복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DR(재난복구)’은 동일한 환경을 갖춘 ‘쌍둥이’ 시스템으로 재난 등이 일어나면 기능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한다. 대규모로 주요 서비스가 중단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지만, 정부 대다수 기관은 이러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

이번 국가 전산망 기능 마비는 3년 전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반복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정부는 카카오톡에 다중화 클라우드 서버 구축 등 대비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정작 정부는 실질적 예방에 나서지 못한 셈이다. 전산 전문가들은 “카카오톡보다 중요한 행정 시스템은 정작 손을 놓고 있었다는 뜻”이라며 “기초적인 대비도 되지 않은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6일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서 시작된 이번 화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서버를 분리하던 도중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작업을 하다가 이번 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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