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할인권 뿌리고, 노선 늘리고… 에어부산 빈자리 노리나 [커버스토리]

입력 : 2025-09-29 18: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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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공략 공들이는 이스타항공

타이베이·치앙마이·오사카 등
부산발 노선 잇단 확장에 이어
서면서 할인 쿠폰 2000장 배부
부산 거점 객실승무원 채용도
진에어에 에어부산 통합 따른
부산발 운수권 확보 노린 전략
사모펀드 보유, 비싼 몸값 탓
거점항공사 변신 여부는 불투명

이스타항공이 지난 27일과 28일 부산 서면에 서 운영한 부산발 노선 확장 홍보 팝업스토어 포스터. 이스타항공 제공 이스타항공이 지난 27일과 28일 부산 서면에 서 운영한 부산발 노선 확장 홍보 팝업스토어 포스터. 이스타항공 제공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이 ‘부산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7~28일에는 95% 할인 쿠폰 2000장을 배부하는 행사를 부산에서 개최했고 29일부터는 부산 거점 경력직 승무원 채용을 시작했다. 에어부산의 진에어 흡수통합이 예고된 가운데 ‘무주공산’이 되는 부산을 공략하는 이스타항공의 행보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7~28일 부산 서면 삼정타워 야외 광장에서 부산발 노선 확장을 홍보하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이번 행사에서 이스타항공은 부산발 9개 노선의 국제선 항공권을 정가 대비 최대 95%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을 총 2000장 배부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오는 10월 26일 일본 오사카, 후쿠오카, 삿포로에 취항하며 부산 출발 노선이 총 10개로 늘어난다”며 “취항을 기념해 부산 시민들께 큰 혜택을 드리고자 파격적인 이벤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일에는 부산상공회의소 상의홀에서 부산 지역 여행사를 대상으로 노선 설명회도 개최한 바 있다.

이스타항공은 부산에서 채용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8월 진행한 신입 객실승무원 공채에서 부산 근무자를 채용한 데 이어 29일부터는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경력직 객실승무원 채용을 시작했다. 이번 경력직 채용 서류 접수는 29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이스타항공 채용 사이트에서 진행되며 최종 합격한 객실승무원은 오는 11월 중 입사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부터 부산 김해공항에 자사 항공기도 등록했다. 이스타항공은 그동안 군산공항과 청주공항에 자사 항공기를 등록했으나 최근에는 새로 도입한 항공기를 김해공항에 등록하면서 김해공항 항공편을 늘리는 모습이다. 연말까지 추가로 도입되는 항공기도 김해공항에 등록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은 부산발 국제선 노선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타이베이, 치앙마이, 푸꾸옥, 오키나와, 구마모토 등 부산발 노선을 개설했다. 동계 스케줄이 시작되는 다음 달 26일부터는 부산발 오사카, 후쿠오카, 삿포로 노선도 운항한다. 이스타항공은 부산 노선이 늘어나면서 부산 거점 객실승무원도 처음으로 모집한 바 있다.

이스타항공이 이처럼 부산 공략에 집중하는 데 대해선 에어부산의 진에어 흡수통합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어부산이 진에어로 흡수될 경우 ‘부산’이라는 이름이 사라져 지역 거점항공사로서의 정체성이 사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항공업계에선 통합진에어가 본사의 법인 등록을 부산에 하더라도 실제로는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거점 경력직 객실승무원 채용 홍보물. 이스타항공 제공 부산 거점 경력직 객실승무원 채용 홍보물. 이스타항공 제공

통합LCC가 부산이라는 이름을 잃게 될 경우 PK 승객을 둘러싼 LCC의 경쟁 구도는 급변할 가능성이 높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산 여객의 에어부산에 대한 충성도는 매우 높다”면서 “다른 LCC가 에어부산보다 낮은 운임을 설정해도 부산 승객들이 에어부산을 이용하기 때문에 부산에서는 에어부산이 사실상 운임 결정권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통합LCC가 부산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부산에서의 영향력은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타항공 등 LCC가 PK 공략에 힘을 쏟는 배경에는 항공사 최대 자산인 ‘운수권 확보’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가덕신공항 건설 등으로 부산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노선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신규 운수권 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과거 에어부산은 지역 거점항공사라는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부산발 국제선 운수권을 손쉽게 확보했다. 그러나 에어부산이 진에어에 흡수통합되고 지역 거점항공사가 사라지면 신규 운수권은 경쟁 LCC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스타항공이 전략적으로 부산에 정성을 쏟고 있지만 ‘지역 거점항공사’로 변신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이스타항공은 2007년 10월 전북 군산공항을 거점으로 출범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낸 이상직 대표가 이끌던 이스타항공은 호남 민주당의 ‘힘’을 바탕으로 성장했으나 이 대표 구속과 경영난에 따른 매각 등으로 군산공항 비중을 줄였다. 이 과정에서 호남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가 강력 반발하면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 때문에 특정 지역의 거점항공사가 되는 데 대해 조심스런 태도를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내부적으로 회사 이름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스타항공의 소유주가 사모펀드(VIG 파트너스)인 것도 지역 거점항공사 변신의 변수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매각을 전제로 항공사를 운영하고 있고 비공식적으로 이미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을 부산 거점항공사로 만들어 매각할 경우 수천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감당할 수 있는 지역 업체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LCC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높은 가격을 받기 어렵고 VIG 파트너스가 상조회사인 프리드라이프 매각으로 대량의 현금을 보유하게 돼 항공사의 규모를 더 키운 뒤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항공업계에선 이스타항공이 에어프레미아 등 경쟁 LCC를 인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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