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 우호의 상징적 인물인 ‘의인’ 이수현 씨의 묘를 찾아 헌화하며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현직 일본 총리가 이 씨 묘소를 직접 찾아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후 3시께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 있는 이수현 씨 묘소를 찾았다. 이시바 총리는 헌화와 묵념을 한 뒤 이수현 씨 모친인 신윤찬 LSH 아시아 장학회 명예회장과 인사했다.
신 회장은 “앞으로 미래 젊은 세대에는 양국이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이웃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이시바 총리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이시바 총리도 “양국이 더 가깝게 지냈으면 좋겠다”며 “장학회를 운영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신 회장은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또 “남을 위해 목숨을 던질 수 있는 숭고한 뜻과 끝없는 사랑에 대해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씨는 일본 유학 중이던 2001년 1월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당시 이 씨의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언론과 국민은 그의 용기 있는 행동에 큰 감명을 받았고 이후 이 씨는 한일 우호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 일본 신오쿠보역에선 매년 1월 26일 추모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 씨의 의로운 행동은 그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역사 문제로 양국 국민 사이에 형성된 반감을 해소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후 한일 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이 씨의 이야기는 양국의 가교 구실을 했다. 이 씨의 부모 또한 20년 넘게 한일 관계를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가 30일 갑작스럽게 이석증 진단을 받아 부산에서 진행된 이시바 총리와의 정상회담에는 동행하지 않았다. 이에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 만찬 행사에도 불참하게 됐다. 이 대통령 주치의인 박상민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저녁 김 여사가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을 호소해 관저를 방문해 진료했다“며 ”전문 검사를 시행한 결과 오른쪽 귓속 돌 이석의 이상으로 인해 생기는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이석증)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일본 측에 이날 정상회담 관련 일정에 참석할 수 없음을 알리며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 이에 이시바 총리의 부인인 이시바 요시코 여사는 “쾌유를 바란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