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부산에서 열린 첫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긴박한 준비 일정 속에서도 철저한 시설 정비와 시민 의식이 빛났다. 정상회담장인 누리마루 APEC 하우스는 20년 된 건물임에도 1주일만에 새단장을 마쳤고 시민들은 경찰의 경비 경호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정상회담 개최를 지원했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약 7시간 앞둔 오전 9시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 동백섬 입구를 통과하자 코앞으로 다가온 한일 정상회담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정상회담장인 누리마루 APEC 하우스로 이동하는 동안 출입 통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부착돼 있었다. 곳곳에는 한일 정상회담 준비작업을 하는 경호원들도 보였다. 거리를 정비하는 환경미화원들도 눈에 띄었다.
동백섬 내에 위치한 누리마루 APEC하우스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접근이 통제됐다. 누리마루 APEC 하우스 측은 이번 행사를 앞두고 이곳을 정상회담장으로 이용하기 위해 1주일 전인 지난달 23일부터 대대적인 정비 작업에 들어갔다. 2005년에 지어져 올해 20년 이 된 건물인 만큼 정상회담장에 걸맞게 노후화된 건물을 정비하고 도색까지 마쳤다. 광안대교 등 부산의 랜드마크를 좀 더 생생하게 잘 볼 수 있도록 유리창도 깨끗이 청소했다. APEC 하우스에서는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이어 6년 만에 굵직한 외교 행사가 열렸다. 한일 정상회담의 지방 개최는 2004년 제주에 이어 21년 만이다.
낮 12시가 되자 동백공원 전체 출입이 오후 7시까지 통제됐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동백역 인근부터 동백섬으로 향하는 길에는 10m에 한 명씩 경광봉을 든 경찰이 배치됐다. 일부 경찰과 경호원들은 막바지 경호 작업에 만전을 기하느라 무전기를 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경찰과 경호 당국은 동백섬 입구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시민들에게 “행사가 있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안에 일이 있어서 그러니 양해를 부탁한다”고 안내했다.
김 모(65) 씨는 “아내와 동백섬을 산책하러 왔는데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 돌아가는 길”이라며 “뉴스를 보니 이곳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 같은데 우리 시민들이 협조해야 부산에서 이야기를 잘 나누고 돌아가지 않겠느냐. 회담이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30분께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오후 3시께 금정구 부산영락공원을 방문했다. 2001년 일본 도쿄 신오쿠보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고 숨진 한국인 유학생 고 이수현 씨 묘를 참배했다. 이후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해운대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만찬을 가졌다.
이날 경찰은 한일 정상들의 주요 동선에 ‘갑호비상’을 발령하며 경찰력을 총동원했다. 갑호비상이 내려지면 경찰관의 연가가 중지되고 가용 경찰력의 100%까지 동원이 가능하다.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하우스와 금정구 부산영락공원 인근에 갑호비상이 내려졌다.
이외에도 모터케이드와 싸이카(오토바이 경호대)를 동원해 국빈 경호 기준에 맞게 무정차로 이동하는 등 정상의 이동 경로도 철저하게 경호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선 주요 포인트에 미리 방문해 필요한 경호 규모와 방법을 정하고 경력을 충분히 배치해 관리하는 등 신경을 썼다”며 “시민들도 경찰의 안내에 잘 협조해 줘 한일 정상회담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