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두고 다닌 카페서 놀라고, 쓰레기 버릴 데 없어 놀라고 [머물수록 '팬덤 도시']

입력 : 2026-09-09 18: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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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외국인 눈에 비친 진짜 부산

14개국 관광객 심층 인터뷰 분석
시계 잃어버렸다가 찾은 경험에
첫손 꼽은 강점은 ‘안전한 도시’
빈 컵 들고 버릴 곳 없어 막막해
쓰레기통·이동 수단 모자라 불만
다시 찾고 싶은 ‘팬’ 만들 환경을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i@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i@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23년 182만 명에서 지난해 364만 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부산일보〉는 외국인 관광객의 목소리를 통해 부산을 선택한 이유와 매력, 여행 중 마주한 불편을 들여다 봤다. 달라진 관광 동선을 추적하고 교통·관광 안내 등 수용 태세와 새로운 콘텐츠, 서부산과 부울경으로 관광 영역을 넓힐 가능성도 짚는다. 한 번 다녀가는 관광객을 다시 부산을 찾고 주변에 부산을 권하는 ‘팬’으로 만드는 것. 관광도시를 넘어 머물수록 좋아지는 ‘팬덤 도시’로 가기 위한 다음 전략을 모색한다.

“서울보다 진정성 있고(authentic) 여유로워서(chill) 좋아요.”

외국인 관광객들이 직접 경험한 부산은 ‘안전하면서 여유로운 해양도시’였다. 부산을 찾은 한 이탈리아 관광객은 부산을 “컬러풀하고 여유롭고 놀라운 도시”라고 표현했다. “감천문화마을은 사진보다 실제가 더 예뻤다”고 했다. 다른 스위스 관광객에게 부산은 “다채롭고 활기가 넘치는 바닷가 도시”로 기억됐다.

〈부산일보〉 취재진은 부산시가 지난달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 내용을 분석했다. 인터뷰는 해운대, 감천문화마을, 용두산공원, 흰여울문화마을 등 일대에서 14개국 관광객 34명을 대상으로 1인당 20~40분간 일대일 방식으로 진행됐다. 취재진은 인터뷰를 토대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부산 관광의 강점(Strength)·약점(Weekness)·기회(Opportunity)·위험(Threat)을 분석했다. 관광객들이 반복적으로 언급한 경험과 불편을 유형별로 분류해 부산 관광의 경쟁력과 개선과제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가장 뚜렷한 강점은 안전이었다. 안전에 대해 언급한 27명 모두 부산을 안전한 도시로 평가했다. 이탈리아 관광객은 부산의 카페에서 손님이 노트북 테이블을 둔 채 자리를 비우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밀라노와 비교해 느낀 부산의 안전함을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으로 꼽았다. 일본인 가족은 호텔에서 시계를 잃어 버렸다가 다음 날 그대로 되찾은 경험을 들며 부산의 치안을 높게 평가했다.

부산에서 ‘직접 해보는 경험’도 강점이었다. 뉴질랜드 관광객은 해 질 무렵 타는 해운대 스카이캡슐을 부산 여행에서 가장 기대한 활동이자 실제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프랑스 관광객에게는 유럽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광안리 드론쇼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인터뷰 전반에서도 케이블카와 크루즈, 루지, 캡슐열차 등 체험형 콘텐츠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좋은 기억 사이에는 선명한 불편도 있었다.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은 쓰레기통·화장실 등 편의시설로 전체 불편 응답의 25.0%를 차지했다. 교통·이동 18.8%, 언어·안내표기와 결제·현금이 각각 12.5%로 뒤를 이었다. 이탈리아 관광객은 음료를 다 마신 뒤 쓰레기통을 찾지 못해 빈 컵을 20분 가까이 들고 걸어야 했다. “작은 쓰레기봉투라도 챙겨올 것 그랬다”며 부산의 가장 시급한 개선점으로 쓰레기통을 꼽았다.

관광지와 관광지를 잇는 과정에서도 불편이 생겼다. 프랑스 관광객은 사찰 방문에 1시간이 걸리는 등 예상보다 관광지 사이가 멀어 동선을 짜기 어려웠다고 했다. 일본인 5인 가족은 함께 탈 만한 대형 택시를 잡지 못해 택시 두 대로 나눠 이동했다. 일부 식당은 예약에 한국 전화번호를 요구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오래 머무는 여행’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중화권(중국·대만 등) 관광객 16명 중 6명이 한 달 안팎의 장기체류자였다. 한 중국 관광객은 겨울에 처음 찾은 부산이 마음에 들어 이번에는 아예 약 두 달을 머물기로 했다. 서면에 방을 구해 지내면서 영화의전당 무료 상영회를 찾아가고 동네 서점을 둘러봤다. 유명 관광지보다 다대포의 조용한 주거지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그는 부산을 ‘조용함·평화로움·잔잔한 행복’이라는 세 단어로 표현했다.

부산이 ‘한 번 가볼 도시’를 넘어 ‘다시 찾을 도시’가 되려면 안전하고 여유로운 도시라는 강점에 새로운 체험과 동네 콘텐츠를 계속 더해야 한다. 동시에 쓰레기통과 다국어 안내, 교통과 예약처럼 여행 과정에서 생기는 작은 장벽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

환율이나 항공노선, K컬처 인기처럼 외부 환경에 따른 부산 관광 흥행 요인은 환경이 달라지면 변할 수밖에 없다. 방문객 증가세도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한 번 찾아온 관광객이 부산에서 좋은 경험을 쌓고, 더 오래 머물고, 다시 찾고, 주변 사람에게 부산을 권하는 관계로 이어져야 관광수요가 도시 안에 축적될 수 있다.

부산 관광의 다음 단계는 관광객을 방문객으로 머물게 하지 않는 데 있다. 부산을 좋아해 다시 찾고, 새로운 부산을 계속 경험하고 싶어 하는 ‘팬’으로 만들어야 한다. 관광도시를 넘어 ‘팬덤 도시’가 되는 게 부산이 지속 가능한 관광도시가 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