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이 흘렀다. ‘김연우’라는 이름의 가수가 노래를 시작한지. 오래 흐른 시간만큼이나 그를 대표하는 곡들도 많았고, 그를 사랑하는 팬들도 많았다. 이는 김연우의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땡큐’(Thank You)에서 입증됐다.
김연우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땡큐’ 콘서트를 열고 팬들과 만났다. 이날 콘서트는 ‘기다려 주셔서, 20주년을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슬로건과 잘 어울리는 공연이었다. 김연우의 지난 20년을 총망라 하는 것은 물론, 그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었다.
■ 다시 무대에 선 김연우 “고맙습니다”
“지난해 공연 취소 이후 수개월 만에 인사드리게 돼 정말 뜻 깊어요. 공연을 취소해서 죄송스러웠고, 당시 2천여 관객 분들을 무료로 초대하게 됐습니다. 그때 너무나 속상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회복이 잘 됐습니다.”
김연우는 지난해 충남 천안에서 열린 단독콘서트 ‘신이라 불리는 남자’ 공연 도중 고음이 나오지 않았고, 관객들의 양해를 구한 뒤 공연을 취소했다. 이후 그는 성대결절 판정을 받아 공연과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김연우를 걱정했다. 더 이상 그의 목소리로 노래를 들을 수 없을지도 몰랐기 때문. 물론 김연우 본인의 좌절과 불안감이 더 컸을 테다. 하지만 김연우는 천천히 회복세를 보였고 다시 마이크를 잡게 됐다. 그런 만큼, 이날 공연은 김연우에게 더욱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김연우는 ‘연인’ ‘그대 곁엔 나밖에’ ‘사랑한다면’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이별택시’ ‘이미 넌 고마운 사람’ ‘사랑한다는 흔한 말’ 등 자신의 솔로 앨범 수록곡들을 비롯해 ‘투 비 위드 유’(To Be With You) ‘그대라서’ 등 드라마 OST로 큰 사랑을 받았던 곡들을 선보이며 관객들과 함께 시간여행을 떠났다. 이들 곡은 모두 발라드 가수 김연우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김연우는 발라드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팬서비스인 것인지, 본인의 끼를 발산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댄스 메들리를 선보이며 웃음을 안겼다. 김연우는 최근 방송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선보였던 트와이스 ‘치어 업’(Cheer Up)을 비롯해 아이오아이(I.O.I)의 ‘픽미’(Pick Me), 마이클 잭슨의 ‘데인져러스’(Dangerous) 등의 안무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 샤이니 온유, 성시경, 유희열…특급 게스트
김연우의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특급 게스트들이 있다. 바로 샤이니 온유와 성시경, 유희열. 샤이니 온유는 그간 김연우를 존경한다며 그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는데, 이 때문에 김연우는 온유를 섭외해 함께 듀엣을 선보였다. 특히 김연우는 자신의 곡이 아닌 온유가 속한 그룹 샤이니의 ‘내가 사랑했던 이름’을 함께 불러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무대를 마친 온유는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면서 “제가 8살 때 선배가 데뷔하셨다. 저한테는 꿈과 같은 무대다. 이 공간에 제가 있다는 것이 뿌듯하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시경은 김연우 콘서트를 자신의 것으로 바꾸는 마법을 보여줬다. 성시경은 ‘너의 모든 순간’ ‘거리에서’를 불렀고, 능청스러운 토크까지 곁들였다. 그는 “(김연우에게)신세진 것이 많아서 늘 갚고 싶었다”면서 “특히 발라드가수가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하는 것은 정말 뜻 깊은 일”이라고 게스트 출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제 꿈은 방송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오랜 만에 노래하니 설렜다”고 너스레를 떨다가도, “연우 형의 목이 괜찮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지난해 콘서트를 취소했던 마음은 결혼식장에서 나가는 것과 같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김연우를 향한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마지막 게스트는 김연우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 토이로 함께 활동 했던 유희열이었다. 두 사람은 20대 때의 첫 만남을 회상하면서 지난 시간을 뒤돌아봤다. 유희열은 “김연우와의 첫 만남은 냉면집에서였다”며 “보자마자 알았다. 그는 최고의 보컬리스트가 될 것이라는 것을”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연우의 외모가 특출나지 않았다는 의미를 더한 것이어서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그는 “김연우는 제 청춘의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덧붙이며 애정을 과시했다. 김연우 또한 “희열이가 안 나와주면 (20주년)공연은 의미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함께 토이 시절로 돌아가 ‘여전히 아름다운지’ ‘그럴 때마다’를 열창하며 분위기를 무르익게 했다. 김연우의 마지막 엔딩곡 또한 김연우가 처음 가요계에 발을 내딛을 수 있게 해주었던 토이의 2집 앨범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이었다. 지금의 김연우를 있게 해준 곡인만큼, 잠시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이같은 무대들은 김연우의 20년 관록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또 그의 앞으로를 더욱 기대케 했다.
사진=딜라잇컴퍼니 제공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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