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 기자 leo@busan.com | 2025-06-12 18:03:50
‘OK저축은행 읏맨’ 남자 프로배구단이 연고지를 경기도 안산시에서 부산으로 옮기기로 한 결정은 하루 이틀 사이에 이뤄진 게 아니었다. 길게는 6년, 짧게는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최종 결정 사이에 숨어 있었다.
OK저축은행이 부산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6년 전인 2019년이었다. 그해 여름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OK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한국전력이 참석한 ‘서머 매치’ 대회가 열렸다. 새 시즌을 앞두고 전력 점검을 위해 열린 친선 대회였다. 단순한 평가전이었지만 경기마다 적지 않은 관중이 몰리는 걸 보고 OK저축은행은 부산의 배구 열기를 확인했다.
OK저축은행과 부산시는 이 무렵부터 연고지 이전에 공감하면서 대화를 나눴지만 여러 문제가 겹쳐 전혀 진전을 볼 수 없었다. 먼저 경기장 확보였다. 부산에는 남녀 농구팀이 있어 배구팀이 사용할 코트를 마련하기 쉽지 않았다. 선수단이 묵을 숙소도 문제였다. 경기장 근처에 숙소를 마련하는 게 최상이지만 구하기 쉽지 않았다.
연고지 이전 작업에 실마리가 풀린 것은 2022년이었다. 당시 OK저축은행 배구단 고위 관계자가 부산에 내려와 부산시 이성권 전 정무부시장과 체육 관련부서 관계자들을 만났다. 애로가 적지 않았지만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연고지 이전 작업은 수시로 소강 상태였다. 그러다 지난해 8월부터 다시 급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은 부산시와 대화를 이어나가는 한편 부산에 수시로 내려와 강서체육관, 기장체육관, 금정체육관 등을 둘러보며 이전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OK저축은행에 ‘부산으로 오면 큰 이득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쪽도 여기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OK저축은행 남자 배구단의 연고지 부산 이전은 재일교포 사업가 최윤 회장의 뜻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이유는 시장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부산의 인구와 경제력은 안산시의 4~5배 수준이다.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축구 팀이 있어 프로스포츠에 대한 인식과 팬 저변이 넓어 관중 동원에 유리하다.
부산에는 또 초중고 배구부 13개가 있어 지역 스타를 발굴하기 쉽다. 200여개의 동호인 팀이 활동해 배구에 친화적이다. 특히 여고부 남성여고와 경남여고, 남고부 동성고, 성지고는 각종 전국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한 명문 팀이다. 부산 출신 스타도 즐비하다. 현재 경기대 감독인 이경석을 비롯해 박선출, 이형두, 문성민 등 남자 국가대표 출신은 물론 여자 국가대표를 지냈던 김세영, 양효진, 장소연 등이 부산에서 학교를 다녔다.
한편 OK저축은행 읏맨은 2013~2014 시즌부터 안산시를 연고로 프로배구 V리그에 참가한 막내 구단이다.
2014~2015 시즌과 2015~2016 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2연패를 달성하며 신흥 강호로 거듭났다. 2023~2024 시즌엔 챔프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2024~2025 시즌에는 최하위인 7위로 추락했지만 지난 3월 신영철 감독을 선임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