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한 해 운세를 보는 법 [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2026-01-03 09:00:00

새해 2026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를 앞두고 지난달 25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 말 모양의 새해 조형물이 설치돼 시민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새해 2026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를 앞두고 지난달 25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 말 모양의 새해 조형물이 설치돼 시민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병오년 말띠의 해가 밝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아직 음력 1월이 되지 않았으니 병오년은 시작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미디어들은 벌써부터 병오년이 시작됐다며 새로운 기운이 솟아나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는 중이다. 특히 올해는 불 중에 가장 큰 불이라는 천간 병(丙)의 기운이 창대하게 뻗치므로 붉은 말의 해라는 해석까지 달아서 이런 저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양력에 따라 일상이 규정되는 게 보편화한 시대에도 이처럼 병오년 운운하며 음력 60갑자를 강조하는 시기인 새해엔 남달리 인기를 끄는 분야가 있다. 한 해의 운을 알아보는 운세 풀이가 그것이다. 운세 풀이는 태어난 연월일시를 네 개의 기둥이라 하여 ‘사주(四柱)’로 일컫고 그 기둥 각각의 위 아래 위치인 천간과 지지 여덟 자리 '팔자(八字)'에 목화토금수 오행과 음양이 어떻게 배치돼 있느냐에 따라 타고난 성향이 있다는 명리학에 토대를 둔다. 그럼 이 명리학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나 믿을 만한 것일까.


■원래 그렇다

근대 과학의 세례를 받은 이들은 흔히들 동양의 명리학은 과학적인 근거가 희박하다는 논리로 공격하곤 한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합리성의 최고봉이라 하는 과학이라는 존재가 터잡고 있는 토대부터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과학이라는 것은 과연 모든 현상을 합리적으로 풀이해 주는 만능 열쇠인가.

근대 과학의 기본적인 토대를 이루는 것은 물리학이다. 모든 과학적 분석은 인간이 고대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물리학의 성과를 토대로 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 분석이 지금의 눈부신 문명 발전을 이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물리학에서 가장 핵심을 이루는 것은 바로 근원적인 네 가지 힘이다. 중력과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 그것이다. 핵력은 원자핵 내부에서 작용하는 힘이므로 일상생활에서는 경험할 수 없으니 흔히 접할 수 있는 중력과 전자기력을 떠올려 보자. 중력과 전자기력은 물리학자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것을 발견한 것에 불과하다. 그럼 원래 있던 이 같은 힘들은 왜 있는지 설명이 가능한가. 아직까지 과학은 왜 그런 힘들이 존재하는지는 알지 못 한다.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질량이 큰 물질이 '원래' 당기는 힘이 크다고 중력을 설명했듯이 '원래' 있었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명리학의 기본을 이루는 목화토금수의 오행론을 돌아보면 비슷한 맥락을 발견할 수 있다. 목이 주요 기운을 이루는 사람은 진취적인 활동력을 보인다거나 화의 기운이 많은 사람은 따뜻한 리더십이 있다거나 하는 설명을 한다. 그렇다면 왜 특정 오행의 기운이 왕성한 사람은 특정한 성향을 내비치는가. 이에 대해서 명리학의 답변은 중력이나 전자기력을 두고 과학이 하는 답변과 같다. '원래' 그렇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수천 년 동안 수많은 관찰과 직관 등을 통해 쌓아온 명리학을 단순히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척하기가 곤란해진다.


새해가 되면 사주 풀이를 통해 한 해 운세를 알아보려고 명리학자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해진다. 부산일보DB 새해가 되면 사주 풀이를 통해 한 해 운세를 알아보려고 명리학자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해진다. 부산일보DB

■옹호파

명리학의 쓸모를 옹호하는 쪽은 명리학이 길흉을 점치는 미신이 아니라 삶과 우주를 사유하는 동양철학적 도구라는 입장이다. 목화토금수의 오행과 음양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우주적 리듬을 읽어냄으로써 삶의 패턴을 이해할 수 있다고도 설명한다. 이들 옹호파가 가장 꺼리는 해석은 명리학을 숙명론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사주는 정해진 운명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개인의 기질이 조직이나 돈, 일 등의 요소를 이루는 기운과 관계를 맺고 어떤 성향으로 나타나는지를 알려주는 지도일 뿐이라는 게 옹호파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나쁜 사주는 없다, 각자 다른 과제만 있을 뿐”이라며 명리학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킨다. 이들은 같은 사주를 타고 난 이들도 사주의 기운을 주고받는 가족과 주변인들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과제 해결이 달라 다른 성향의 운으로 발현한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또 넘치는 기운은 덜고 부족한 기운은 채우는 실천적 생활방식을 통해 삶을 조율하는 지혜를 가질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반대파

명리학에 대한 비판은 최근 들어 과학의 이름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오래 전부터 반대파들이 진지한 비판을 가한 바 있다. 국내 명리학 반대파의 선봉에 섰던 이로는 조선의 천재라 불린 다산 정약용을 들 수 있다. 다산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역법(달력 체계)이 달라지므로 연월일시라는 사주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그걸 60갑자로 표기해 운명을 논하는 것은 허망한 일이라고 비판한다. 다산의 입장은 중국 화북지역의 계절 변화에 맞춘 역법으로 만들어진 명리학은 화북지역 이외의 지역에서는 맞지 않다고 하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명리학이 화북지역과 가까운 한반도에서는 그럭저럭 맞을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과연 맞을 것인지를 묻는 최근의 명리학 비판과도 맥을 같이 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의 사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는 식의 물음이다. 미국은 지구 북반구에서 중국 화북지역과 위도가 비슷하므로 유사한 계절 변화로 명리학의 해석이 어느 정도 맞다손 치더라도 남반구 호주에서 태어난 사람의 사주는 해석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이는 명리학의 가장 취약한 맹점을 찌르는 비판이다.


한반도 주변 기상도. 같은 기상도를 토대로 한 예보가 맞지 않거나 기상청마다 예보가 조금씩 다른 것은 기상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변수를 알 수 없어서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운과 성향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변수를 알 수 없기에 100% 맞는 사주 풀이는 있을 수 없다. 부산일보DB 한반도 주변 기상도. 같은 기상도를 토대로 한 예보가 맞지 않거나 기상청마다 예보가 조금씩 다른 것은 기상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변수를 알 수 없어서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운과 성향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변수를 알 수 없기에 100% 맞는 사주 풀이는 있을 수 없다. 부산일보DB

■일기예보파

이 같은 찬반 논란 속에 최근에는 명리학을 일기예보처럼 여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주는 천간과 지지에 오행과 음양이 배치되는 경우의 수가 51만 8000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일기예보에서처럼 고기압과 저기압 등 여러 기상 관련 변수들이 배치돼 있는 기상도와 유사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일기예보파의 논리다. 기상도가 똑같다고 해서 다음 날 날씨가 반드시 똑같지는 않다. 같은 기상도를 보고도 다른 예측을 하는 기상 전문가들도 있다. 이는 우리가 아직 모르는 기상의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온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비가 오지 않거나 비가 안 온다는 예보에도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던가. 이처럼 명리학 상의 사주도 성향이 그렇다는 예보만 할 수 있을 뿐 100% 맞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기예보파는 우리가 아직은 모르지만 사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있을 수 있기에 일기예보 혹은 그보다 약간 덜한 수준으로 명리학의 예측성을 기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그렇다고는 해도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접했을 때 우산을 들고 나가는 것은 현명한 행동으로 치부된다. 마찬가지로 명리학이 알려 주는 성향과 패턴을 접하고 우산을 챙기는 것과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불리한 운이 있다면 대비하고 좋은 운이 있다면 용기를 더 낼 수 있는 정도의 마음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점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왜적과의 전투를 앞두고 자주 주역점을 친 것으로 유명하다. 주역점은 사주 풀이보다는 아예 점복에 가까운 행위이지만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전쟁이라는 거친 상황 속에서 장군은 주역점의 점괘를 자주 확인했다. 직접 지은 '난중일기'에도 주역점을 보는 장면이 수시로 등장할 정도다. 하지만 장군은 주역점의 점괘에 매몰돼 전투에 임하지 않았다. 장군은 주역점의 점괘가 나쁠 땐 경계를 더욱 철저히 하는 계기로 삼았고 점괘가 좋을 땐 군영에 용기를 불어넣는 계기로 삼았다. 이 같은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주역점조차 장군에겐 삶을 가꾸는 태도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훌륭한 도구가 됐다.

새해를 맞아 운세를 보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운세 풀이를 접하며 이 같은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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