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2026-04-20 18:55:14
6·3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지역 행정의 최전선이자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인 기초단체장 후보들의 대진표가 속속 완성되고 있다. 본보는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부산 16개 구·군을 비롯해, 울산·경남 지역 주요 격전지의 판세를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부산에서 가장 젊은 도시 강서구는 PK(부산·울산·경남)의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명지국제신도시와 에코델타시티 조성으로 유입된 30~40대 젊은 층이 막강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면서, 이곳의 표심은 낙동강 벨트를 넘어 부산 전체 판세를 요동치게 만든다. 더불어민주당은 ‘40대 토박이’ 박상준 구의원을 앞세워 세대교체와 변화를 열망하는 표심을 파고들고, 국민의힘은 ‘도시·행정 전문가’인 김형찬 현 구청장을 내세워 검증된 행정의 연속성과 안정감을 호소하고 있다.
■“명지신도시 학급 과밀 풀어야”
20일 오전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는 이른 아침부터 등교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로 붐볐다. ‘초고령사회’ 부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젊은 도시의 풍경이 펼쳐졌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문제는 단연 ‘교육’이었다. 40대 학부모 박민영 씨는 “명지신도시 일대는 학교 과밀 문제가 제일 민감한 지역 현안”이라며 “방과후 학급 운영과 돌봄 문제 등을 지자체가 나서 좀 더 세밀하게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당보다 인물을 보겠다는 목소리도 분명했다. 명지동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50대 김나경 씨는 “당을 떠나서 일을 제대로 잘할 사람이 강서구청장이 돼야한다”며 “시민 의식이 높아져 정치인이 두려움을 느껴야 정치가 바뀔 것 같다”고 밝혔다.
보수 진영에 대한 피로감도 감지된다. 육십 평생 보수 정당에 투표해 왔다는 김주성 씨는 “국민의힘은 허구한 날 집안싸움만 하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이번에는 부산시장도 바뀔 것 같다”고 한탄했다.
■‘대저 토박이’의 젊은 변화
더불어민주당 박상준 후보는 대저동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정치인’이다. 1981년생으로 동아대 법학부를 졸업했고, 현재는 대저동에서 토마토 농장을 운영하는 농업인이라는 이색 이력을 갖고 있다. 박 후보는 2017년 보궐선거로 구의회에 입성한 뒤 무소속으로 2018년과 2022년 연이어 당선되며 3선에 성공했다. 무소속 신분으로 대저동과 강동동 등 보수 표심이 강한 곳에서 내리 승리하며 지역 기반을 다져왔다는 평가다.
박 후보는 △강서구청 이전 △부울경 메가시티 거점도시 육성 △강서해양혁신지구 선포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강서구청을 이전해 강서의 발전 축과 패러다임을 바꿀 계획”이라며 “기존 청사 자리는 부울경 메가시티의 혁신지구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덕신공항과 부산신항, 철도가 만나는 강서구는 명실상부한 물류와 산업의 최적지”라며 “해양수산부 청사와 공공기관, 국제해양비즈니스타운 등을 유치해 고부가가치 해양산업이 집약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잔뼈 굵은 공무원의 안정성
국민의힘 김형찬 후보는 도시·행정 전문가 출신의 현역 단체장이다. 부산시 건설본부장과 구청장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검증된 행정력’을 앞세워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 에코델타시티를 비롯해 대저연구개발특구, 서부산권 복합산단 등 대규모 국책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강서구에서 도시계획 전문가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김 구청장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에 방점을 둘 생각”이라며 교육·복지 정책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과밀 학급을 해소하는데 다방면의 노력을 할 것이며 학습 지원비, 입학 축하금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문화·체육 인프라도 계속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프라 성과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 4년간 강서구에 20개의 버스 노선을 강서구 곳곳으로 유치해 대중교통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켰다”며 “도시철도 하단~녹산선, 대저대교와 엄궁대교, 장낙대교 등 대형 인프라 사업들이 안착할 수 있도록 구정을 잘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누구도 승리 장담 못 할 격전지
강서구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40.6세로 부산에서 가장 낮다. 경남 전역과 서부산권에 살던 젊은 층들이 신도시 건설에 따라 강서구로 유입이 급증하면서 표심의 색채가 다채로워졌고 그만큼 표심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스윙 스테이트’라는 정치적 지형도 이 때문에 만들어졌다.
특히 강서구는 직전 대선에서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유일하게 승리한 지역구다. 이 대통령은 강서구에서 45.75% 득표율을 얻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45.17%)에 0.58%포인트(P) 앞섰다.
그렇다고 민주당 표심이 강한 지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선 1년 전인 4·10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민주당 변성완 후보를 여유롭게 제쳤다. 명지신도시가 있는 명지1동과 2동에서도 김도읍 의원의 득표수가 더 많았다. 김 의원이 지역 밀착형 공약을 들고 나왔던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지난 2월 9~10일 부산C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강서구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박상준 후보가 40.8%, 김형찬 강서구청장이 34.3%로 박 후보가 6.5%P 앞섰다. 오차범위 밖 우세가 나왔지만 강서구 표심의 유동성을 고려하면 결과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결국 이번 선거의 본질은 ‘변화’와 ‘안정’의 대결이다. 젊은 도시가 요구하는 새로운 비전과 대형 개발 사업을 관리해야 하는 행정의 연속성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강서구의 선택은 단순한 기초단체장 선거를 넘어 ‘낙동강 벨트’와 부산 전체 판세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