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아이돌과 배우, 임시완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그는 아이돌그룹 제국의아이들 멤버로 데뷔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건 오히려 연기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데뷔해 영화 ‘변호인’과 드라마 ‘미생’을 거치면서 연기 잘하는 아이돌로 입지를 굳혔다.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한 이한 감독의 ‘오빠생각’을 통해 그는 원톱 주연까지 꿰찼다. 어린이 합창단을 주요 소재로 했기에 많은 아역 배우가 나오고, 고아성 이희준 등이 출연하지만 실질적으로 ‘오빠생각’을 이끄는 주인공은 임시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담은 의외로 크지 않았다.
임시완은 “사실 부담은 항상 똑같다”며 “다만 주조연의 차이 때문에 부담을 다르게 느껴야 하는지 의구심을 가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엔 부담을 피해가기 위해 ‘오빠생각’의 오빠는 동구(정준원)였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이번 작품은 ‘미생’의 장그래로 전국적인 열풍을 일으킨 임시완의 차기작이란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이 시대의 미생을 대변했던 그는 어린이 합창단을 이끄는 강인한 군인 한상렬 소위로 변신했다. 이 같은 변신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보다 궁금했다.
그는 “대본을 보고 나서 그림이 그려졌다”며 “아이들이 노래 부르는 모습이 연상되면서 며칠 동안 머릿속에 남더라. 그 잔상을 느끼면서 이 작품은 해야 될 것 같았다”고 밝혔다. 운명처럼 ‘오빠생각’이 그의 품에 안긴 셈이다. 이어 “(‘미생’ 이후 차기작이라는) 계산 같은 건 전혀 없었다”며 “내가 연기할 캐릭터보다 합창단 어린들의 모습에 매료됐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미지 변신 등은 작품 선택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장그래와 한상렬 그리고 ‘변호인’의 진우 등 외적인 모습은 다르지만, 모두 ‘선한 인물’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임시완은 “비슷한 사람은 있을지언정 똑같은 사람은 없다”며 “진부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항상 조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똑같은 캐릭터는 하지 않았다는 신념은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작품을 얼마 안했으니 좀 더 한 다음에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했다.
그가 생각한 한상렬은 장그래와 달리 도무지 따라갈 수 없는 ‘진정한 어른’이다. 그는 “감독님께 ‘착한 사람이 착한 말과 행동을 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라고 의구심을 던졌던 적이 있다”면서 “제일 걱정했던 것은 어린 정서로 진정한 어른인 한상렬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고민과 노력의 순간을 떠올렸다.
■ 아이돌 임시완과 배우 임시완, “선택되어지는 사람”
연기 경험을 꾸준히 쌓은 임시완은 연기에 부쩍 재미를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대본에 있는 그대로 잘 외 워서 잘 말하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창작’이라는 걸 몸소 깨닫고 있다.
그는 “똑같은 대본을 봐도 사람에 따라 해석하는 게 다르더라”며 “재미있다기 보다는 좋다. 충분히 매력적인 직업이고, 시켜만 주신다면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리고 ‘연기에 있어 거짓말은 하지 말자’는 자신만의 철학도 확고하다. 그리고 이같은 연기에 대한 애정은 작사, 작곡으로 이어졌다. 매 작품마다 자신의 흔적을 기억하고 싶다는 것.
그는 “‘미생’ 때 이 작품을 하나의 노래로 만들어서 소장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노래를 만들었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흔적을 남기고 싶은 욕심”이라고 웃었다.
연기에 재미를 느낄수록 가수는 멀어지는 것 같다. 실제 제국의아이돌 역시 유닛 활동은 활발하지만, 단체 활동은 당장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저희는 선택되어지는 사람이잖아요. 가수, 배우 모두 대중이 선택해주는 방향대로 흘러가겠죠.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한다고 해서 하는 건 나만의 욕심인 것 같아요.”
사진=비에스투데이 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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